국제 금값과 국내 금값 최대 24% 벌어져
15% 할인해주는 온누리상품권 이용해
전통시장 내 금은방에서 ‘금테크’ 입소문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지점 밖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정효진 기자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빚어졌다. 최근 국내 금 현물 가격은 국제 시세보다 최대 24% 높았다. 국내 금 투자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나타나 현상으로 일각에선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온누리상품권 할인이 금의 투기적 수요 폭증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의 금 현물시장인 KRX 금시장에서 지난 14일 기준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16만8200원이었다. 같은 시각 국제 금 가격은 1g에 13만5000원대로 가격 차이(괴리율)가 약 24%에 달했다.
장 마감 시점에서는 괴리율이 20.13%로 다소 줄었으나, 국내 금 현물 가격과 국제 시세 간 격차가 20% 이상 벌어진 것은 2014년 KRX 금시장 개설 이후 처음이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더 높은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금 시장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금값 급등은 국제적 현상이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금값 상승이 한층 가파른 까닭은 금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 수요까지 폭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조폐공사가 지난 11일부터 골드바 판매를 중단하고, 시중은행뿐 아니라 금은방 등에서도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금값이 상승하자 골드바 구매부터 상장지수펀드(ETF), 금 계좌 등 투자 수요까지 급증했다. 이날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이들 은행의 2월 골드바 판매액은 총 306억345만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전년 동기 판매액의 20배에 달하는 규모다.
일각에서는 전통시장 소비 촉진을 위한 온누리상품권 할인이 금값 급등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설 명절을 맞아 지난달 10일부터 한 달간 전통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을 10%에서 15%로 상향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인근 지역상인으로 한정돼 있다. 일부 금은방의 경우 시장 안에 있다보니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온누리상품권을 활용한 ‘금테크’ 전략이 입소문을 탔다. 현재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중 귀금속을 취급하는 곳은 전국 943곳이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온누리상품권 15% 할인에 적립금까지 받아 1돈에 63만원짜리 금을 52만원에 샀다” “전통시장 근처 금은방 검색해서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는 등의 인증글과 관련 팁이 잇따라 게시됐다.
정부도 조사에 나섰다. 김성섭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지난 13일 “전통시장 내 금은방에서 대규모 금 거래가 이뤄지진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한국은행과 협조해 온누리상품권이 금값 상승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금값의 높은 괴리율은 점차 정상화될 것이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16일 “괴리율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단기 충격이 예상되므로 KRX 금 현물에서 국제 금 현물 또는 금 선물로의 교체 투자를 권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