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관세 전쟁’은 미국 제조업 부활에서 시작됐다. 수입품에 관세라는 페널티 부과로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를 살려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린다는 논리다. 관세 부과는 그러나 미국의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일부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 백악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최근 현대제철이 미국에 철강 공장 건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언급하며 ‘관세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홍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러스트 벨트 내 백인 노동자의 ‘표심잡기’ 행보와 연관지어 볼 수 있다. 러스트 벨트에서 1970년대부터 공장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미국 백인 노동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스트 벨트의 쇠락 원인을 한국 등 아시아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와 유럽의 관세 장벽 탓으로 돌렸다.
관세 부과는 일시적으로 미국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데 긍정적이겠지만 돌고 돌아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관세 부과는 당장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미국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 관세 정책이 올해 유지되면 미국 소비자 물가가 일시적으로 0.5~0.7%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올해 4분기까지 미국 물가 상승률이 3%에 근접할 수 있다는 뜻이다.
품목별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철강·알루미늄 25% 추가 관세 부과는 이를 원료로 하는 통조림·캔맥주·탄산음료와 자동차·주택·가전제품의 가격 상승 요인이다. 미국 금융서비스 회사 모닝스타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8년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미국 고객의 자동차 구매 비용이 약 300달러(43만원)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관세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업종별로 다르다. 철강·알루미늄 등 일부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관세 부과의 직접 혜택을 받아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 일자리는 되려 줄어들 수도 있다. 미국의 못 제조업체인 ‘미드콘티넨트 스틸 앤드 와이어’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 1기의 철강 관세 발효 이후 원자잿값 상승으로 약 80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전세계적으로 ‘관세 전쟁’이 현실화한다면 트럼프 기대와 달리 미국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세금 정책 연구기관 ‘택스 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은 트럼프 행정부가 20%의 보편 관세와 60%의 중국 관세를 매기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3%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미국의 전일제 일자리는 110만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관세 부과로 세수가 늘어나는 미국 경제에 플러스 요인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미국 제조업에 적용하는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15%로 내리는 대신, 그만큼 부족한 세수를 관세로 메우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중요한 세원으로 생각하기에 관세 부과를 단순한 블러핑(허풍) 정도에서 끝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