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스크린 사이로 어렴풋한 미인의 미소···보았느냐 통하였느냐

이영경 기자

간송미술관 국보·보물 미디어아트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보니 별이 빛난다’

제대로 즐기는 4가지 방법

·

혜원 풍속화 속 숨은 명화 찾고

21세기 ‘금강내산’ 거닐어보고

물그릇 속 불상과 명상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미술관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중 신윤복의 ‘미인도’ 전시 전경. 간송미술관 제공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미술관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중 신윤복의 ‘미인도’ 전시 전경. 간송미술관 제공

우리나라 국보와 보물을 소재로 선보이는 대규모 몰입형 미디어아트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구달바별).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해례본>, ‘한국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신윤복의 ‘미인도’, 겸재 정선이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가득 담아낸 ‘금강내산’ 등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내로라하는 국가유산을 화려한 스크린에 펼쳐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람객과 유명 인사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구달바별’을 보다 깊게 즐기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것 4가지를 꼽았다.

김득신의 ‘야묘도추’. 간송미술관 제공

김득신의 ‘야묘도추’. 간송미술관 제공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미술관 몰입형 미디어아트 중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에 등장하는 김득신의 그림. 간송미술관 제공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미술관 몰입형 미디어아트 중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에 등장하는 김득신의 그림. 간송미술관 제공

1. ‘혜원전신첩’의 카메오를 찾아라!

조선 후기 대표적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에 나오는 그림 30점을 하나의 이야기로 재탄생시킨 작품에선 ‘월하정인’ ‘단오풍정’ 등 유명 그림들이 애니메이션처럼 펼쳐진다. 기생 ‘춘홍’과 그의 연인 ‘이난’, 마을의 최고 권력자로 부임한 ‘최대감’의 삼각관계로 풀어낸 이야기는 신윤복의 그림 속 연애 장면들을 한데 섞어 만든 것이다.

신윤복의 그림 가운데 조선시대 명화가들의 그림이 ‘카메오’처럼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이를 알고 본다면 감상의 재미가 배가될 것이다.

고양이가 병아리 한 마리를 잽싸게 물어 달아나고 어미 닭이 그 뒤를 안타깝게 쫓는 김득신의 ‘야묘도추’ 속 한 장면을 놓치지 않는 게 좋다. 닭과 고양이를 잘 그려서 ‘변 닭’ ‘변 고양이’로 불렸던 변상벽이 병아리를 거느린 암수탉을 그린 ‘자웅장추’도 등장한다. 이 밖에 신윤복과 쌍벽을 이룬 풍속화가 김홍도가 연꽃과 잠자리를 그린 ‘하화청정’, 고양이와 나비, 꽃을 담은 ‘황묘농접’도 숨겨놓았다.

김홍도의 ‘황묘농접’. 간송미술관 제공

김홍도의 ‘황묘농접’. 간송미술관 제공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미술관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중 신윤복의 ‘미인도’ 전시 전경. 간송미술관 제공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미술관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중 신윤복의 ‘미인도’ 전시 전경. 간송미술관 제공

2. 눈이 마주치면 웃는 ‘미인도’

머리에 가체를 얹고 회장저고리에 풍성한 치마를 입고 있는 여인을 그린 신윤복의 ‘미인도’. 부드럽고 섬세한 필치로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를 전신상으로 담아냈다. 신윤복 작품 이전에는 초상화처럼 여인의 전신상을 그린 예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구달바별’에서 만날 수 있는 ‘미인도’는 16배로 확대된 움직이는 ‘미인도’다. ‘미인도’를 보기 위해선 여러 겹의 비단 스크린을 헤치고 지나가야 하는데, 비단이 한두 겹 남아 어렴풋이 보일 때 ‘미인도’가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는 것이 관람객들의 평이다.

미인은 미풍이 부는 숲속에 있는 듯 치마와 치마끈, 노리개가 살랑살랑 움직이는 모습이다. 오랫동안 바라보면 관람객과 가끔 눈이 마주치는데, 그 순간 살짝 웃기도 한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미술관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중 겸재 정선의 ‘금강내산’ 전시 전경. 간송미술관 제공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미술관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중 겸재 정선의 ‘금강내산’ 전시 전경. 간송미술관 제공

3. 겸재가 지금, ‘금강내산’을 그린다면

금강산 단발령에 올라서면 비로봉을 주봉으로 하는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백색화강암 암봉들이 마치 한 떨기 하얀 연꽃송이처럼 떠오른다고 한다.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아름답고도 웅장한 풍경을 화폭 안에 담아냈다. 정선은 36세에 첫 금강산을 다녀와서 금강산의 진경을 여러편 남겼는데, 그중 간송미술관은 72세 노년의 정선이 무르익은 필치로 금강산의 진면목을 그려낸 그림을 소장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36세 정선의 ‘금강내산총도’와 구도가 유사하지만, 표현과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구달바별’의 작품은 21세기에 정선이 ‘금강내산’을 다시 그린다면 어떻게 표현했을까란 상상에서 출발했다. LED가 화선지가 되고, 컴퓨터그래픽(CG)이 붓끝이 됐다. 생명력 넘치는 웅장한 금강산의 모습을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연출했다. 작품은 온통 반짝이는 자개로 표현한 금강산의 풍경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어 CG로 만들어진 실제에 가까운 금강산 절경이 나타나 화면을 통해서나마 금강산의 ‘진경’을 엿볼 수 있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미술관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중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을 표현한 전시관 전경.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미술관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중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을 표현한 전시관 전경.

4. 물속에 잠긴 ‘불상’과 함께하는 명상

‘구달바별’에서 가장 고요한 공간은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을 테마로 한 전시관이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거대한 돌처럼 보이는 물그릇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아주 작고 투명한 불상이 잠겨 있다. 17.7㎝인 실물 불상을 3D 프린팅해 아크릴로 만들었다. 불상은 563년 보화라는 이가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면 위로는 황금색 공이 끊임없이 진자운동을 하며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모든 영상을 관람할 경우 90여분이 걸리는 전시장에서 앉아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불상이 잠겨 있는 물그릇 옆 의자에 걸터앉아 진자의 움직임과 빛의 변화를 보면서 고요한 명상의 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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