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한병도 의원 등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의 국회 단전 조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국회 본관 전력 일부를 차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경고용 계엄”이고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단전·단수 조치부터 취했을 것”이라는 대통령 윤석열의 말과 달리, 단전 조치가 실제 있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16일 공개한 당시 국회 본관 폐쇄회로(CC)TV 영상과 군 이동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4일 0시54분쯤 본관 2층에 있던 특전사 군인 16명 중 7명이 4층으로 올라가 배회하다 오전 1시1분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에 내려갔고, 1시6분26초 지하 1층 분전함을 열어 일반조명·비상조명 차단기를 내렸다. 그와 동시에 지하층 조명이 5분48초간 꺼졌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오전 1시1분) 직후다. 국회에는 30여개 분전함이 층별로 있고, 본회의장 분전함은 2층에 있다. 민주당은 “계엄군은 당초 본회의장이 있는 2층에도 진입을 시도했지만 직원들에 막혀 진입하지 못했다”고 했다.
계엄군의 이런 행적은 국회 표결 방해 시도의 일환이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공소장에 따르면, 윤석열은 12월4일 0시20분에서 0시35분 사이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에게 “국회의원이 150명 안 되도록 막아라”라고 했고, 이에 곽 전 사령관은 부하 장교들에게 “전기라도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상현 제1공수특전여단장은 검찰에서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상부에서 국회 의결을 못하도록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고 한다. 필요하면 전기를 차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 연장선에서 본관 지하 1층 단전 조치 또한 이뤄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정치·법조·종교·언론·연예계 등 인사 ‘500여명 수거’ 계획이 적힌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메모, 비상계엄 선포 전후 최상목 기재부 장관·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등에게 전달된 후속조치 문건도 기습적인 비상계엄이 실행용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메모들은 누구의 지시로 누가 언제 작성했는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특히 70쪽에 달하는 ‘노상원 메모’는 노 전 사령관이 경찰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불러주는 대로 적었다”고 진술한 점, 김 전 장관이 부하들에게 “노상원 지시가 내 지시”라고 한 점, 비상계엄이 ‘윤석열-김용현-노상원’ 라인을 중심으로 상당 기간 준비되었다는 점에서 윤석열의 의중이 담긴 것인지 규명해야 한다. 헌법을 유린한 친위쿠데타엔 어떠한 관용·은폐도 있을 수 없다. 검찰이 못하면 특검을 해서라도, 이 끔찍한 메모의 실체와 북풍공작, 김건희 여사 관여 여부, ‘명태균 게이트’ 관련성 등 내란 범죄 전모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