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금남로에서 지난 15일 열린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서 한국사 강사 황현필씨가 “이곳에서 내란수괴 옹호 집회를 여는 건 홀로코스트가 벌어진 곳에서 나치 추종자가 집회하는 것과 다름 없다”며 반대 측 집회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인 광주 금남로에서 지난 15일 ‘내란 수괴’ 윤석열의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열렸다. 5·18 당시 계엄군의 총구와 몽둥이에 수많은 시민이 희생됐던 금남로에서 위헌적인 비상계엄 동조 세력들은 “윤석열”을 연호했다. 이 집회에 맞서 탄핵 찬성 집회가 동시에 열렸지만 불상사는 없었다. 하지만 광주 시민들은 가슴을 쳐야 했다. 다른 곳도 아닌 민주화의 상징 금남로에서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 옹호 집회가 열렸으니, 여기저기 토한 울분처럼 45년 전의 악몽이 떠오르지 않았겠는가.
이날 기독교단체 세이브코리아는 ‘국가비상기도회’란 이름으로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연단에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독재자에 맞섰던 5·18 희생정신을 기억하자”며 “계몽령을 통해 국민들을 일깨워준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시민이 계엄군에 맞서 싸운 것이 광주 정신인데, 12·3 불법 계엄을 ‘계몽령’이라며 강변하니 어이가 없다.
탄핵 찬성 집회엔 주최 측 추산 2만여명이 모였다. 또 다른 한국사 강사 황현필씨는 광주에서 내란 수괴 옹호 집회를 하는 것은 “홀로코스트가 행해진 곳에서 독일의 나치 추종자들이 집회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성지 금남로가 극우 세력이 망발을 일삼을 공간이 아님을 지적한 것이다.
한술 더 떠 윤석열 지지자들은 계엄군이 총격을 가한 흔적이 남아 있는 전일빌딩 앞에서 전두환 신군부의 ‘하나회’ 사진을 띄우고, 길 가는 시민들에게 빨갱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이들의 막무가내식 언동에선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그날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탄핵 찬반으로 갈린 학생들의 충돌이 빚어지는 등 대학가에서도 사회적 분열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이 극단적 언행 편들기에 급급하니 실망스럽다. 김기현 의원은 군대를 앞세워 헌법을 유린한 계엄에 대해 “나라 살리려는 대통령 마음”이라고 포장했다. 나라는 만신창이가 되는데도 정치적 셈만 노리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행태가 극우 세력들이 금남로에서까지 집회를 여는 뒷배로 작용했을 것이다. 윤석열도 헌법 전문에 싣자고 동의한 5·18 정신과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모독하는 행위는 결코 없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내란을 비호하는 극단적 세력의 준동이 없도록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을 파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