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6조 세수 펑크 속 ‘감세 경쟁’하는 정치 우려한다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상속세 완화에 정치권이 시동을 걸었다. 여야는 윤석열 정부의 잇단 감세 정책으로 발생한 대규모 ‘세수 펑크’가 보이지 않는가. 경기 침체도 제대로 대응 못할 정도로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데, 여야가 감세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건 무책임한 처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세금 때문에 집을 팔고 떠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상속세 완화 방침을 공식화했다. 현재 5억원인 상속세 일괄 공제·배우자 공제액을 각각 8억·10억원으로 증액하겠다는 것이다. 배우자도 생존해 있으면 18억원 아파트 한 채 상속인에게는 상속세가 면제된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지나치게 과중한 대한민국 상속세는 그 자체가 과도한 규제이며 기업과 중산층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라 공제한도 확대는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반대한 이 대표를 향해 “합리적 세제 개편을 부자감세라고 비난하며 계층 갈등을 조장”한다고 했다. 지난해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내리자고 한 정부·여당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터무니없이 치솟은 집값에 상속세 대상자가 크게 늘어난 점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1996년 개편 뒤 유지되는 현 공제금액을 늘리자는 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2023년 56조원, 지난해 30조원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 펑크가 예상된다. 세수 기반이 무너져 외환 방파제인 외국환평형기금과 서민용 주택도시기금까지 헐어 쓰고, 지방교부세 삭감과 예산 미집행(불용)으로 겨우 대응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야는 세수 확보는커녕 감세로 정책 방향을 틀고 있으니, ‘세수 따로 재정 따로’식 포퓰리즘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안대로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시엔 연간 1조8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추가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첫해부터 법인세·종합부동산세 인하 등 공격적인 감세 정책을 추진했지만, 성장률은 떨어지고 내수는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감세로 인한 낙수효과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기업들의 투자·고용은 늘지 않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감세인가. 자산과 소득이 양극화하면 이를 해결할 주체는 정부이나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다. 지금은 정부 재정이 튼튼해야 할 때지 감세 경쟁을 할 때가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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