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행동 ‘윤 퇴진’ 기자회견
탄핵 반대 측, 맞불 집회 벌여
대학가 폭력 사태 확산 우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15일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배시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이 대학가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0일 연세대에 이어 15일 서울대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가 연달아 열렸고 참여자들이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서울서부지법·국가인권위원회 등 국가기관에 극우 세력이 침입해 벌어진 폭력 사태가 대학가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퇴진! 쿠데타 옹호세력 규탄! 서울대 공동행동 준비팀’은 15일 오후 4시 윤 대통령 퇴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대 재학생과 서울대민주동문회 소속 졸업생 등 70여명이 참여했다. 4학년 이시헌씨는 “대학가에서 탄핵 찬반으로 여론이 쪼개졌다거나 찬반이 팽팽하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총의를 왜곡하는 극우 세력의 난동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탄핵반대서울대인연대 등은 같은 날 오후 5시 동일한 장소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려고 했다. 앞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서울대 공동행동이 계속 자리를 지키면서 양측이 충돌했다. ‘세이브코리아’ 등 손팻말을 든 탄핵 반대 집회 참여자 수백명은 “(우리가 집회를 신고한) 5시인데 왜 안 비키냐” “끌어내라” “빨갱이다”라고 외치며 서울대 공동행동 회견 참여자들을 밀어냈다. 양측이 뒤섞여 고성을 주고받자 경찰 10여명이 인간띠를 만들어 이들을 분리했다. 위험 상황에 대비해 경찰 수십명과 소방차 1대가 출동했다.
윤 대통령 퇴진 촉구 기자회견에 함께한 서울대 구성원들은 “극우 세력이 대학가까지 들어와 폭력적인 집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민주동문회 소속 배모씨(70)는 “서울대 아크로광장은 민주주의 역사가 있는 유서 깊은 곳인데 이런 일이 일어나 안타깝다”면서 “객관적 사실 판단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대학에서 탄핵 반대 세력을 조직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95학번 임은경씨(49)는 “명백히 잘못을 저지른 윤 대통령을 상징으로 내세운 이들로 인해 서울대 아크로폴리스가 훼손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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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대치가 이어지자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끝낸 대학생들과 타 대학 민주동문회 회원들이 깃발을 들고 서울대로 모여들었다. 황다경씨(21)는 “학내에서는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소수인데, 대학가 흐름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내 탄핵 반대 집회는 17일에도 열릴 예정이다. 엑스(옛 트위터) 등에는 집회 소식이 공유되며 “서울대 화력지원 가자” “신사적으로 싸울 생각 버려라” 등 메시지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