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시설 없는 걸 몰랐겠냐” 했지만…여인형은 정말 몰랐다

강연주·정대연 기자

김대우 전 단장, 검찰 조사서 “여, 구금시설부터 물어봐”

“방첩사에 없다고 했더니 수방사 벙커로 이송 지시” 진술

‘홍장원 메모’ 신빙성 높아지며 윤 변론 전략 좌초 가능성

“구금시설 없는 걸 몰랐겠냐” 했지만…여인형은 정말 몰랐다

12·3 비상계엄 당시 주요 인사 체포 시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사진)이 처음엔 ‘방첩사에 구금시설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 전 사령관이 ‘방첩사 구금시설의 존재 여부’를 언제 알았는지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진술 신빙성을 가르는 핵심 요소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검거 후 방첩사 구금시설에 감금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한 홍 전 차장 진술이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 전 사령관이 방첩사에 구금시설이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홍 전 차장에게 이같이 얘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은 검찰 조사에서 “(여인형) 사령관이 ‘장관으로부터 (체포 대상) 명단을 받았다’면서 저보고 수첩에 받아 적으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이 주요 인사 체포와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지시한 시간을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으로 파악했다.

김 전 단장은 “그러고 나서 사령관이 저한테 ‘구금시설이 어디 있냐’ ‘방첩사에 구금시설이 있냐’고 물어봤다”며 “제가 ‘방첩사에는 구금시설이 없다’고 했더니, 사령관이 ‘수방사 B1 벙커로 해야겠다’고 하면서 ‘수사관들을 출동시켜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잡아서 수방사로 이송시키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지시를 받은 노영훈 방첩사 수사실장이 수방사로 출발한 시간은 당일 오후 11시30분쯤이다.

윤 대통령 공소장을 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오후 8시22분쯤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해 “1~2시간 후에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으니 전화기를 잘 들고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후인 오후 10시53분쯤 홍 전 차장에게 다시 전화해 “봤지? 비상계엄 발표하는 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라고 지시했다.

홍 전 차장은 방첩사를 도울 내용을 묻기 위해 오후 11시6분쯤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때 여 전 사령관이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줬고 “체포 대상을 검거한 뒤 방첩사 구금시설에 감금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는 게 홍 전 차장 주장이다. 그는 체포 명단을 적은 쪽지에 ‘축차 검거 후 방첩사 구금시설에 감금 조사’라고 적었다.

윤 대통령 측은 방첩사에 구금시설이 없다는 점을 들어 홍 전 차장 쪽지와 진술의 신빙성을 깎아내리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 4일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홍 전 차장에게 “방첩사 내에 구금시설이 없다는 걸 아느냐”며 “여 전 사령관이 몰랐겠느냐”고 공세를 폈다. 윤 대통령 측은 증인으로 나온 여 전 사령관을 상대로도 홍 전 차장 쪽지에 기재된 ‘방첩사 구금시설’을 제시하며 “홍 전 차장에게 이런 내용을 말한 사실이 없지 않으냐”고 물었다. 여 전 사령관은 “정확한 기억이 안 나지만 정황상 상식적으로 이상하다”고 답했다. 이후 여 전 사령관 측은 입장문을 내고 “방첩사에는 구금시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이 처음엔 방첩사에 구금시설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음을 밝히지 않은 채 홍 전 차장 진술이 거짓이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동조한 것이다. 반면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체포조’ ‘검거 후 방첩사 구금시설에서 감금해 조사’라는 말을 들었다”고 일관되게 말했다.

홍 전 차장이 말한 ‘주요인사 체포 지시’는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따지는 데 핵심 요소다.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과 조지호 경찰청장,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한 인사들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헌재는 오는 20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홍 전 차장과 조 청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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