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공격해놓고 ‘아니면 말고’…국민의힘, 헌재 때리기 총력

문광호·민서영 기자

도 넘은 ‘문형배 악마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사진 크게보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기본적 사실 확인도 없이
이재명·민주당과 엮거나
친북·좌파 등 색깔론 동원
선고 앞두고 압박·결집용
당내서도 “법치주의 반해”

국민의힘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연일 공격하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16일까지 한 달 가까이 당 지도부와 법조인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문 권한대행 비판 메시지를 쏟아냈다. 문 대행 ‘악마화’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흔들고, 탄핵 인용에 대비해 불복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도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훼손하려는 목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날까지 공식 회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집회 연설 등을 통해 문 대행을 공개 비판했다. 문 대행을 비판하지 않았던 날은 설연휴인 지난달 27일뿐이었다.

법조인 출신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문 대행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행이 탄핵심판에서는 대통령 측 변호인이 항의하니까 말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했다”며 “다분히 감정적이고 편파적인 변론 진행”이라고 말했다.

문 대행을 향한 비판의 상당 부분에는 색깔론을 동원하고 있다. 과거 SNS 게시글이나 연구단체 활동 일부를 들어 ‘친북·친중’ ‘왼쪽’이라고 비판하는 식이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지난달 25일 문 대행을 “‘셰셰 외교’ 가치관을 공유하는 이재명 대표 절친” “친중 인사”라고 비판했다. 주진우 의원은 지난달 28일 “(문 대행은) 이재명, 정성호 의원과 가깝고 우리법연구회 중 가장 왼쪽에 있다”며 문 대행과 민주당 정치인들이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문 대행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모친상 때 조문을 갔다거나 음란 게시물에 댓글을 달았다는 등 가짜뉴스를 확산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월22일 “(문 대행이) 이 대표 모친이 돌아가셨는데 상가에 방문한 걸 자랑삼아 헌재 관계자에게 얘기할 정도로 가깝다”고 했다가, 헌재가 반박하자 “잘못 전해 들은 것 같다”고 주워담았다.

박민영 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문 대행이 동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미성년자 음란 게시물에 직접 댓글을 달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내용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작된 것으로 확인돼 결국 본인과 당 차원의 사과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문 대행이 탄핵심판 도중 ‘댓글 삭제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는 주장을 담은 카드뉴스를 올렸으나 현재는 비공개 상태다. 이 카드뉴스는 댓글 의혹 자체가 조작됐고 카드뉴스에 이용된 사진 속 빈자리는 원래 공석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은 강승규 의원이 문 대행 탄핵소추안 발의를 예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기각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불복할 명분을 축적해 나가는 것으로도 읽힌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해도 헌재 결정의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지지층을 규합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헌재 판단을 흔들거나 헌재 권위를 훼손하려는 목적은 법치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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