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폭탄’ 예고…대미 수출 1위 품목, 운명의 4월2일

작년 대미 수출 53조원·수입 3조원
미 무역적자 50조원 “무역 불균형”
현대차·기아, 10% 관세 부과하면
연간 영업이익 4조3000억원 급감
현지 생산 늘려 피해 최소화 계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품목에 ‘관세 폭탄’을 떨어트리겠다고 예고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관세 부과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현실화한다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물론 한국 수출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오는 4월2일쯤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동맹국에도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만큼 대미 수출 비중이 큰 한국 자동차에도 예외를 두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1위다.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153만5600대(366억4000만달러·약 52조8000억원)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금액으로는 멕시코,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반면 지난해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출은 4만7200대(21억달러·약 3조원)에 불과했다.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는 50조원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을 앞세워 수입차를 겨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한국은 2016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전기차를 포함한 한국산 승용차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받았다. 한국 자동차 시장이 미국 제조사에 불공평한 측면이 있다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지적도 미국이 상호관세를 매기는 명분으로 활용하고 협상 지렛대로 삼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암참은 지난해 7월 발간한 리포트에서 “환경 혹은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부과되는 기술적 조치들은 한국 내 미국 자동차 기업에는 기울어진 운동장과도 같았다”며 “비관세 장벽이 해결되면서 미국의 자동차 수출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국 자동차에 10%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약 4조3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미국이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고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매기면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각각 1조9000억원, 2조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관세 20% 부과 시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최대 19%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 조지아공장의 총 연간 생산량을 118만대까지 끌어올리는 등 현지 생산 비중을 늘려 관세 부과 시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미 관세 협상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와 협의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며 “미국의 불확실한 무역 정책에 대비해 다양한 사업 전략을 내부적으로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