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의 강심장들, 두근두근 밀라노

이두리 기자

‘Z세대 쇼트트랙 스타’ 김길리

빙속 슈퍼 루키 떠오른 이나현

10대 스노보더 이채운·김건희

2000년대생 ‘화려한 세대교체’

하얼빈의 강심장들, 두근두근 밀라노
하얼빈의 강심장들, 두근두근 밀라노

한국 동계 스포츠 역사가 중국 하얼빈에서 새 페이지를 열었다. 한국은 지난 14일 막 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다인 금메달 16개와 은메달 15개, 동메달 14개를 수확하고 최종 2위를 기록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을 향한 희망의 불을 밝혔다.

한국 동계 스포츠의 오랜 기둥들이 신기록을 쏟아냈다. 쇼트트랙 최민정(27·성남시청)은 혼성 2000m 계주, 여자 500m, 1000m에서 금메달을 따 김기훈(1990 삿포로), 채지훈(1996 하얼빈), 안현수(현 러시아 빅토르 안·2003 아오모리)에 이어 네 번째로 동계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다. 한국이 한 번도 제패하지 못했던 여자 500m에서 첫 우승을 가져왔고 대회 기간 4차례나 대회 신기록을 썼다.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37·알펜시아)은 남자 팀추월 은메달로 역대 9번째 메달(금 7·은 2개)을 수확, 한국의 역대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리스트 단독 1위의 위엄을 과시했다.

김연아 이후 기대만 안겨주고 정체 상태이던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사상 최초로 남녀 싱글 동반 우승하며 제2의 전성기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여자 싱글 김채연이 세계 랭킹 1위인 사카모토 가오리(일본)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한 뒤 남자 싱글에서 차준환이 최강자 가기야마 유마(일본)를 꺾어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첫 메달을 금메달로 장식했다. 둘 다 마지막까지 안정된 경기력을 자랑하며 피겨 강국 일본의 에이스이자 2022 베이징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끌어내리고 역전 우승하는 강심장을 드러냈다.

2000년대생 신성들의 활약은 동계 스포츠의 미래를 밝혔다. 8년 만에 열린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해 당당하게 실력을 드러내고 세대교체 중심에 선 선수들이 있다.

쇼트트랙 김길리(21·성남시청·왼쪽 사진)는 1500m 금메달을 획득해 새로운 간판으로 등극했다. 압도적인 속도로 ‘람보르길리’라는 별명을 지닌 그는 패기 넘치는 록스타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Z세대 쇼트트랙 스타’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스피드스케이팅 이나현(20·한체대·가운데)은 금메달 2개(여자 100m·팀 스프린트)와 은메달 1개(500m), 동메달 1개(1000m)를 목에 걸었다. ‘난 잃을 게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나서 한국 빙속의 위력을 아시아에 알리며 슈퍼 루키로 떠올랐다.

남자 스노보드에서는 두 고교생이 악천후를 이겨내고 금메달을 캤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최연소 남자 선수로 출전했던 이채운(19·수리고·오른쪽)이 훌쩍 성장해 주종목인 하프파이프에서는 실수로 메달을 놓쳤으나 슬로프스타일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강풍으로 결선이 취소된 하프파이프에서는 예선 1위를 기록한 김건희(17·시흥매화고)가 행운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제대회마다 한국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은 위기에서 더 빛난다. 선수 간 충돌 가능성이 큰 쇼트트랙은 동계 스포츠 중 잡음이 가장 많고 대를 이어 ‘반칙왕’이 등장하는 중국은 늘 요주의 팀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집중 견제와 방해를 받았다.

남자 5000m 계주에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과 박지원이 마지막 바퀴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사이 카자흐스탄이 어부지리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은 실격 처리됐으나 중국은 페널티 없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중국 선수 쑨룽이 인터뷰장을 지나며 “더럽다, 더러워”라고 노골적으로 한국을 비난하는 ‘적반하장’ 텃세 속에서도 한국 선수들은 의연하게 대회를 치러 총 9개 금메달 중 6개를 휩쓸었다. 박지원은 억울하게 계주 메달을 놓친 뒤에도 “치열한 경쟁이 재미있었다”고 여유있게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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