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에 나와 겁먹은 표정으로 혹세무민하는 그의 선동이 도를 넘어 세상을 불안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망월폐견(望月吠犬)이라 하던가? ‘한 마리가 짖으니 두 마리 개가 짖고 만 마리 개가 따라 짖는’ 격이다. 지난 주말은 광주를 시끄럽게 한 모양이다. 그가 자기 잘못에 대한 추궁을 가리켜 ‘호수 위에 뜬 달그림자를 쫓는 것’이라며 눙치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았는데, 나는 그에게 ‘달그림자를 보고 짖는 윤석열’이라는 말을 되돌려주고 싶다.
그가 대통령으로서 헌정 수호 의지가 없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뭐가 더 필요한지 모르겠다. 그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포고령 1호를 승인한 건 국민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고,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상황이 결코 아니었으며, 필요한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건 천하가 아는 사실 아닌가. 그리고 그의 계획이 ‘국회 기능 정지→선관위 장악→정치인 체포→비상입법기구 설립→정치판 재구성→장기집권 획책’이었다는 것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윤석열은 아이들 말로 구리다. 하는 짓이 떳떳하지 못하고 더럽고 지저분하다. 친위 쿠데타가 시민들에게 덜미를 잡혔으면 당당하게 책임을 지겠다고 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깔끔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는 게 내란 수괴다운 모습일 거다. 그런데 명색이 우두머리란 사람이 입만 열면 뻔한 거짓말, 구질구질한 변명, 비겁한 모면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둘러 그를 파면하라는 말은 민주공화국의 품위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윤석열에 대한 내란 처벌도 엄정하게 해야 한다. 불관용 원칙으로, 중한 문책이 필요하다. 그가 계엄을 선포해 친위 쿠데타를 한 이유가 정당하다고 볼 대목은 손톱만큼도 없다.
그의 설명은 횡설수설이었다. 처음엔 ‘야당 혼내주려고’ 했다 하더니 그 말이 잘못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 해서 그런지 곧 ‘국민께 호소’하려는 것이었다고 말을 바꾸었다. 내란 처벌을 얼버무리려고 만들어낸 말인데 ‘국민 계몽령’이란 부끄러운 망발도 서슴지 않고 있다. 손바닥에 임금 왕(王)을 쓰고 나왔던 것이 단순한 부적이 아니라 지금 보니 자기 세계관을 담은 표식이었다. 총칼로 국민을 계몽하겠다는 자를 엄히 처벌하지 않으면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우리나라는 민군관계에서 문민우위의 원칙(civilian supremacy)을 남다르게 강조하고 있다. 아픈 역사 때문이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군대를 이용한 무력통치는 우리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특히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1980년 5·18에서 겪은 참사는 군 스스로 기억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었다. 그 트라우마를 치유하며 회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했는데 윤석열과 일부 정치군인들이 다시 내란을 획책했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일로 상처가 도지고 고통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것을 다시 아물게 하려면 내란에 대한 추상같은 처벌이 필수다. 윤석열의 내란은 ‘앵톨레랑스’(불관용)의 대상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윤석열에 대한 신속한 탄핵, 엄정한 내란 처벌 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철저한 사회대개혁이다. 이를 특히 강조하는 것은 ‘박근혜 탄핵 이후 권력은 바뀌었으나 우리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라는 따가운 질책과 성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각오가 필요하다. 내란 수괴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나면 좋은 세상이 저절로 오는 건 아니다. 쏟아지는 과제들로 숨막히는 상황이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헌정 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공동체의 비전을 찾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사회대개혁이란 우리 사회 문제를 구조적, 근본적 개혁을 통해 체계적으로 해결해 미래를 설계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는 그간 겪어보지 못한 지구적 대전환의 과제들도 있고 우리 역사적 맥락에서 등장한 특수한 과제들도 있다. 그리고 당장 발등에 떨어진 현안들도 있다. 응원봉 사이로 솟아난 여의도·남태령·한남동의 목소리에 담긴 소망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전문 연구자와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 과제들을 찾고 정리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런 사회대개혁 과제들을 실천하기 위한 힘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헌정 질서를 파괴한 내란 세력을 압도할 힘의 우위를 가져야 한다. 헌정 수호를 위한 정치연합의 중요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