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들의 사업장 10곳 중 1곳은 지난해 4분기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코로나로 줄어들었던 매출을 기대만큼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종 중에서는 카페와 술집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 연합뉴스
한국신용데이터가 17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을 안고 있는 사업장은 모두 362만2000개로 추산됐다. 이중 86.7%(314만개)는 빚이 있어도 정상 영업 중이지만, 13.3%(48만2000개)는 폐업 상태였다.
폐업한 사업장의 평균 연체액은 568만원, 평균 대출 잔액은 6185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716조원으로, 직전 3분기(712조원)와 전년 4분기(700조원)보다 각 0.5%, 2.3% 늘었다. 금융업권별 비중은 은행 대출이 60.5%,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이 39.5%를 차지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신용데이터가 개인사업자 경영관리서비스 ‘캐시노트’ 가입 사업장 16만개를 표본 조사한 뒤 소상공인 실태조사 등의 비중을 적용해 전체 개인사업자 현황을 추정한 결과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그만큼 경영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 소상공인 사업장 1개당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억7882만원, 이익은 4273만원으로 추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0.57% 줄었지만, 이익은 14.71% 늘었다.
매출이 뒷걸음치고도 이익이 불어난 건 소상공인들의 지출 축소 노력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사업장당 연간 지출은 1억3609만원으로 1년 새 4.56% 줄었다. 반면 매출은 지난해 4분기 기준 4798만원(월 1599만원)으로 추산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7%, 직전 3분기보다 10.77% 늘었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소비가 수년간 크게 위축됐다가 2023년 다소 회복된 후 2024년 본격적으로 살아나기를 기대했다”며 “그러나 경기 부진과 계엄 등으로 연말 특수가 사라지면서 지난해 매출이 2023년보다 더 적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정체됐다”고 했다.
업종 중에선 카페의 소비 위축 타격이 가장 컸다. 지난해 4분기 외식업 가운데 카페 매출은 3분기보다 9.5% 급감했다. 패스트푸드와 술집 매출도 전 분기보다 각 1.8%, 1.7% 뒷걸음쳤다. 반면 양식(8.8%), 아시아음식(6.3%), 일식(5.5%), 중식(4.1%) 등 일반 식당 매출은 3분기보다 다소 늘었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경제·정치 불안을 느낀 소비자들이 기호식품인 커피, 술 등부터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예술·스포츠·여가 관련업의 매출이 3분기보다 7.4%나 감소했다. 반면 세무사·변호사업 등이 포함된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매출은 30.1% 증가했고, 운수 서비스업도 10.3% 늘었다. 슈퍼마켓·편의점 등 종합유통업의 매출이 0.1% 줄었지만, 가구·문구·안경·악기점 등이 포함된 전문유통점의 경우 12.4%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