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 맞은 참전용사 “전우의 몫까지 살아야겠다는 정신으로 살았다”

김현수 기자
신봉균 어르신(99)이 김재욱 칠곡군수(왼쪽), 정희용 국회의원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신봉균 어르신(99)이 김재욱 칠곡군수(왼쪽), 정희용 국회의원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전우의 몫까지 살아야겠다는 군인정신으로 살다 보니 백수를 맞은 것 같습니다.”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으로 혹독한 노동을 견뎌낸 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전장으로 뛰어든 참전용사인 경북 칠곡군 기산면 신봉균 어르신이 백수(99세)를 맞았다.

경북 칠곡군은 지난 15일 왜관은 리베라 웨딩홀에서 열린 신 어르신의 상수연에 가족과 주민 등 150여명이 모였다고 17일 밝혔다. 상수연은 옛날 신하들이 임금이 오래 살기를 바라는 뜻으로 여는 잔치를 뜻한다.

신 어르신은 한국전쟁에 당시 부사관으로 참전해 백마고지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으나 부상을 당했다. 이후 후방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전우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다시 전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지리산 공비토벌 작전에도 투입돼 끝까지 전선을 지켰다.

이날 신 어르신은 “나는 지금까지 군인정신으로 살아왔다. 질병으로 단 한 번도 병원에 간 적이 없다. 전우의 몫까지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장남인 신현철씨(69)는 “아버지는 애국가가 나오면 지금도 부동자세를 취하신다”며 “아버지의 장수 비결은 전우들의 몫까지 살겠다는 강한 신념 덕분”이라고 말했다. 신 어르신은 슬하에 2남 3녀를 두고 있다.

이날 상수연에는 김재욱 칠곡군수와 정희용 국회의원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신 어르신의 헌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나란히 큰절을 올렸다.

한국전쟁 당시 194만여명이 전쟁터로 향했으나 현재 생존자는 3만2000여명에 불과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칠곡군은 설명했다.

김재욱 군수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조국을 지킨 신 어르신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전한다”며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명예와 복지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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