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소연 “결국 사랑이 전부가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심사평 “풍자와 사랑의 동시적 결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 ”
주관사 다산북스로 변경 후 첫 시상, 다양한 변화 시도

은희경 심사위원(왼쪽부터), 예소연 작가,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가 17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사랑이 전부가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혐오와 미움이 도사려도 사랑으로 그걸 부수고자 했습니다.”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작으로 예소연 작가의 ‘그 개와 혁명’이 선정됐다. 예 작가는 17일 이상문학상 주관사 다산북스의 주최로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그 개와 혁명’은 1980년대 학생운동 세대인 아버지 태수와 2020년대 페미니스트 청년 세대인 딸 수민이 의기투합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두 세대의 협력은 태수의 장례식장을 강아지가 뛰어다니는 활력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행위는 한 세대가 꿈꾸던 혁명의 가치를 계승하고 진화시키는 것으로 확장된다.
2021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예 작가는 소설집 <사랑과 결함> 장편소설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을 발표했고 제13회 문지문학상, 제5회 황금드래곤문학상, 제25회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이상문학상 수상은 등단 4년 만에 얻은 영예로 1998년 등단 3년 만에 수상했던 은희경 작가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르다.
본심 심사위원인 신수정 문학평론가는 “아버지 세대의 어이없는 편향을 향한 딸 세대의 반격이자 풍자인 한편, 그들의 유지에 대한 형언할 수 없는 그리움과 사랑의 고백”이라 평하면서, 풍자와 사랑의 동시적 결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은희경 심사위원은 이날 “심사를 진행한 시점이 약 한 달 전이었고, 당시 모두의 관심이 한곳으로 집중되던 때라 이 시점에 꼭 읽어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지금 우리가 말해야 하는 혁명은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혁명이기 때문에 이 소설만큼 현재 우리의 길을 보여주는 작품은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올해 이상문학상 심사 대상은 작년 한 해 동안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소설 300여 편이었다. 우수작으로는 김기태 ‘일렉트릭 픽션’, 문지혁 ‘허리케인 나이트’, 서장원 ‘리틀 프라이드’, 정기현 ‘슬픈 마음 있는 사람’, 최민우 ‘구아나’ 등 다섯 편이 뽑혔다. 상금은 대상 5000만원, 우수상 각 500만원이다.
소설가 이상의 문학적 업적을 기려 1977년 제정된 이상문학상은 국내 중·단편 소설 분야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꼽힌다. 올해 이상문학상은 다산북스가 문학사상사로부터 권한을 넘겨받아 처음 시행한 해로 이전과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에는 문예지에 발표되고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은 작품을 중심으로 심사가 진행됐으나, 올해부터는 오로지 작품성만을 기준으로 심사했다. 이에 따라 웹진에 실린 작품이나 기수상자의 작품, 단행본으로 출간된 작품까지도 심사 대상에 포함되었다. 은희경 심사위원은 “이전에는 이미 많이 언급되었거나 단행본으로 출간된 작품들은 제외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올해 발표된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소설을 선정하는 데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운영 방식에서도 변화를 꾀했다. 기존에는 수상작품집에 작품과 심사평을 중심으로 수록했으나 올해부터는 수상 작가와 심사위원 간의 대담을 수상작품집에 추가하여 작품과 작가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선식 다산북스 대표는 “기존 이상문학상이 40~50대 독자층과 함께했다면, 앞으로는 20~30대까지 독자층을 넓혀 젊은 세대도 공감할 수 있는 이상문학상을 만들어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문학사상사 주관 당시 ‘저작권 3년 양도’로 논란을 빚었던 것과 관련해서는 “저자의 저작권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그는 “상금과는 별도로 인세를 지급하며, 수상작이 추후 다른 작품집에 실리는 것에 어떤 제약도 두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