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즈볼라 지도자 나임 카셈 사무총장이 16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해 약속대로 18일(현지시간)까지 레바논 땅에서 완전히 철수하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철수 시한을 준수할지를 두고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 지도자 나임 카셈 사무총장은 이날 TV 연설에서 “18일을 앞두고 경고한다. 이스라엘군은 어떤 명목으로도 레바논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스라엘군을 철수 시한 내 물러가게 하려고 레바논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11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미국과 프랑스의 중재 끝에 휴전에 도달했다. 지난해 11월27일부터 60일 내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이스라엘과 접한 레바논 남부 국경 지대는 헤즈볼라가 아닌 레바논 정부군이 관리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철수 첫 시한을 지키지 않았다. 헤즈볼라는 올해 2월18일을 2차 철수 시한으로 줬고 이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이스라엘에 경고한 것이다.
최근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전략 요충지 5곳에 철수 시한 이후에도 남아있겠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가 휴전 합의를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속을 지킬 때까지 5곳에서 주둔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입장이다. 최근 BBC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은 이달 28일까지 열흘 더 이 5곳에 주둔하길 원한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연설에서 카셈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은 반드시 18일에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 (잔류) 명분도, 다섯 군데 요충지 등도 없다. 이것이 합의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카셈 사무총장은 이어 18일 이후에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영토에 남는다면 점령군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점령이 어떻게 취급되는지 모두가 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이 철수하지 않는다면 헤즈볼라가 딜레마에 빠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니컬러스 블랜포드 연구원은 “헤즈볼라는 공격할지 말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공격한다면 이스라엘은 비례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저항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반대 세력에 힘을 싣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이스라엘은 레바논 동부 베카 밸리를 최소 세 차례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은 로켓 발사대와 다른 무기가 있는 곳에서 헤즈볼라의 활동이 확인돼 공습을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언제 철수할지 불확실해지면서 레바논 남부 주민 사이에서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1982년부터 2000년까지 레바논 남부를 점령한 전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