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 국무부가 홈페이지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삭제한 것을 두고 대만 학자들은 ‘대만 독립 공식화’가 아닌 ‘중국 압박용’이라고 신중하게 접근했다. 중국 정부가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 문제를 압박 카드로 사용하는 것의 효과는 미지수이다.
17일 로이터통신과 대만 매체들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지난 13일 공식 홈페이지의 ‘대만과의 관계에 관한 팩트시트’ 자료를 업데이트하면서 “우리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대신 “우리는 대만 해협 전역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계속 가지고 있다. 어느 쪽에서든 현 상황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에 반대한다. 양안의 입장 차이는 강제성 없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돼야 하며 양안의 주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국무부 홈페이지 설명 변경은 미국이 군사적으로도 중국에 견제구를 날린 직후 이뤄졌다. 지난 10∼12일 미 해군 구축함 존슨함과 해양측량선 바우디치호가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미 군함이 대만해협을 지난 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대만 매체 중국시보는 분석기사를 통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삭제한 게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트럼프 집권 1기 때 대중국 정책이 자주 변했던 만큼 대만은 과도한 해석을 하지 말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해당 문구 삭제에 대해 대만에 계속 방어 대가를 빌미로 무기를 팔면서도 중국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면서 “‘하나의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여전히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황제정 대만 전략·병기연구협회 회장은 연합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입장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은 미국의 정책문서 하나 때문에 기뻐하거나 낙담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인정하는 ‘평화와 안정’이 무엇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왕훙런 국립성공대 교수는 대만중앙통신사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협상을 앞두고 “미국 국무부가 다시 (표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2022년 5월에도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삭제했다가 중국의 격렬한 항의에 다시 추가한 바 있다.
장영희 충남대 평화안보연구위원은 미국이 대만 문제를 대중국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기존 외교 금기를 넘어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대만 문제의 민감성을 감안해 모호한 수사를 사용하며 대만을 지원하면서도 결정적일 때에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사용하며 미·중관계 리스크를 관리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니까 더욱 자극해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국이 대만 문제로 미국과 갈등하고 대립할 여력이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술이 대만 내부에 주는 충격파이다. 트럼프 대통령식 화법은 필연적으로 대만 해협의 긴장을 부르지만 집권 민진당은 이를 선거에 활용하며 야당의 트럼프 대통령 비판을 ‘친중’으로 몰아가기 좋은 구도가 탄생한다. 장 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대만의 정치적 양극화를 격화하는 단초를 놓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린자룽 대만 외교장관은 미 국무부의 ‘대만을 지지하지 않는다’ 문구 삭제를 두고 “미국과 대만 관계에 대한 긍정적 입장과 지지 표명을 환영한다”고 성명을 냈다.
미국 국무부는 관련한 언론 질의에 “일상적 루틴으로서, 팩트시트는 일반 대중에 대만과의 비공식 관계를 알리기 위해 업데이트됐다”며 “미국은 여전히 하나의 중국 정책에 전념하고 있으며 미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