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이 17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 꿈은 부산을 아시아의 특별한 음악적 별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72)은 17일 오후 부산광역시 진구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이 아시아의 음악적 미팅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산에서 태어나 여덟살에 미국에 갔을 때만 해도 한국은 전쟁이 일어났던 가난한 나라였지만 이제는 잘 사는 나라가 됐다”면서 “이제 훌륭한 나라가 돼야 하는데 그러자면 문화예술이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영화의 도시’를 넘어 ‘아시아의 클래식의 중심 도시’가 되겠다는 구상 하에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해왔다. 정명훈은 이 야심찬 프로젝트의 중심에 서 있다. 앞서 부산시는 2023년 7월 정명훈을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총괄하는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으로 위촉했다.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부산콘서트홀은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으로, 부산시민공원 내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대규모 관현악곡 연주를 위한 2011석 규모 대공연장과 실내악 공연을 위한 400석 규모 소공연장을 갖췄다. 대공연장은 무대를 객석이 둥글게 감싸는 ‘빈야드’ 스타일로, 독일 오르겔바우 슈패트사가 제조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다. 수도권 밖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다.
정명훈은 부산콘서트홀 음향에 대해서 “향후 조정을 통해 계속 다듬어 나가야 하겠지만 첫 인상은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이어 “파이프오르간이 콘서트홀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음향적으로는 (파이프오르간이) 있는 편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오는 6월20일 개관 기념 공연에서는 그가 지휘하는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APO)가 베토벤 삼중협주곡과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APO는 그가 1997년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음악가들을 모아 창단한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다. 운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최근에는 활동이 미미했는데, 앞으로는 부산을 중심으로 연주를 재개할 전망이다. 정명훈은 “한국은 솔리스트들은 뛰어난데 오케스트라는 세계 수준보다 약하다”면서 “아시아에서 제일 잘하는 오케스트라를 부산에서 다시 시작하려한다”고 말했다. 첫 프로그램으로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선정한 데 대해서는 “4악장 합창에 전 세계 사람들이 형제가 되어야 한다는 가사가 나온다. 아주 힘이 있는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부산콘서트홀은 개관 기념 페스티벌 프로그램으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리사이틀, APO 단원들이 각기 선우예권, 정명훈과 함께 하는 실내악 연주, 오르간 연주자 조재혁의 오르간 리사이틀,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하는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명훈은 2027년 문을 여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자리를 잡는 데 좀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페라만 연주하는 ‘풀타임’ 오페라하우스가 되는 건 7~8년 안에는 힘들어요.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쌓아나가야 합니다. 오페라를 볼 수 있는 관객층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다만 부산오페라하우스가 개관하면 여태 한국 관객들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