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배우에 인신공격성 보도와 악플…그 끝은 안타까운 죽음

최민지 기자

음주운전 후 악성 기사 시달린 김새론 벼랑 끝 내몰아

조회수에 급급한 언론과 악플러에 ‘자성 촉구’ 목소리

젊은 배우에 인신공격성 보도와 악플…그 끝은 안타까운 죽음

배우 김새론씨(사진)가 지난 16일 스물다섯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을 계기로 일부 언론들의 도 넘은 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음주운전에 대한 법적·도의적 대가를 치른 뒤에도 고인에 대한 ‘악성 댓글’ 수준의 인신공격성 보도가 이어졌고, 그를 삶의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7일 이 같은 황색 언론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2022년 5월 음주운전 사건과 동시에 출연 중인 작품에서 하차하는 등 활동을 중단했지만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특히 언론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했다. 김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하나하나가 조롱 섞인 헤드라인과 함께 기사로 퍼져나갔다.

2023년 4월 ‘카페 알바’ 논란이 대표적이다. 김씨가 유니폼을 입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모습을 SNS에 올리자 이를 두고 ‘(실제 그렇지 않으면서) 생활고를 겪는 척한다’는 취지의 보도가 잇따랐다. 구독자 61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이진호 연예뒤통령’은 ‘알바 호소인의 최후, 생활고 김새론의 두 얼굴’(2023년 5월) 등 김씨를 비판하는 영상을 여러 차례 게재했다. 이 채널은 김씨가 사망한 뒤 관련 영상들을 비공개 처리했다.

지난해 3월 김씨가 동료 배우 김수현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했을 때에는 그가 ‘셀프 열애설’로 관심을 끌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양치기 소녀’ ‘못 고치는 SNS병’ 같은 자극적 제목의 기사는 안 그래도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심지어 특별한 사건·사고 없이도 조롱은 계속됐다. 지난달 19일 연예 매체 A는 ‘김새론 음주운전 후 3년…이젠 얼굴로 무력 시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그가 SNS에 아무런 내용 없이 얼굴 사진만을 올렸다는 게 이유였다. 조회수를 노린 이 같은 악의적 기사들이 SNS·커뮤니티에서 확산하고, 이를 통해 악성 댓글이 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김씨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김씨의 팬덤은 디시인사이드 여자 연예인 갤러리에 “김새론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감당해야 했던 비난과 여론의 외면은 인간적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는 내용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연예계 동료인 가수 미교 역시 SNS에 “사람이 죽어야 악플러들 손이 멈춘다. 악플러들은 본인이 악플을 달고 있다는 것조차 모를 것 같다”고 적었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도 SNS에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 게임’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조회수 올리기에 혈안이 된 일부 언론, 이런 기사들에 부화뇌동하는 악플러들 때문에 연예인들의 희생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그룹 에프엑스 출신 배우 설리와 카라 출신 구하라, 지난해 배우 이선균씨에 이르기까지 같은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연예기획사들이 악성 댓글에 대한 고소·고발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기사를 쓴 언론사들에 대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도 한계다. 먹잇감을 던져주는 언론이 존재하는 한 악플러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기사 조회수나 시청률, 구독자 수에 몰두하는 지금 미디어 생태계의 본질적인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해답이 없다. ‘포털 퇴출’을 비롯한 강력한 제재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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