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니 무서워 마”…아이 꼭 안아준 학부모들 등굣길 배웅

이종섭 기자

‘대전 초등생 피살’ 1주일 만에 자율 등교

김하늘양 피살사건 이후 긴급 휴교령이 내려졌던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가 17일 오전 7일 만에 등교를 재개해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하늘양 피살사건 이후 긴급 휴교령이 내려졌던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가 17일 오전 7일 만에 등교를 재개해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안감에 교문까지 보호자와 동행…일부 “아이 전학 고려”
경찰, 학교 주변 순찰…교육청 “학생 대상 심리 상담 지원”

“안전하니까 무서워하지 마, 알았지?”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교문으로 향하던 한 학부모는 아이를 안심시키려는 듯 몇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 학부모는 아이를 꼭 끌어안은 뒤 교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서야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17일 오전 김하늘양(8) 피살 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 모 초등학교 학생들이 일주일 만에 등교했다. 해당 학교는 사건 다음날인 지난 11일부터 재량휴업에 들어갔다가 이날 1~3학년 학생들을 처음으로 등교시켰다. 일주일 만의 등교지만 1~3학년은 이날 종업식을 하고 바로 봄방학을 맞는다. 4~6학년 학생들은 18일 등교해 종업식과 졸업식을 치른다.

사건 발생 후 처음 이뤄지는 학생들의 등교에 맞춰 이날 학교 주변에는 경찰 지구대 순찰차와 기동순찰대 차량 4대가 배치됐다. 15명가량 경찰 인력이 투입돼 근처 범죄취약지 등을 순찰하고, 등굣길 학생 안전 관리도 지원했다.

학교에서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학생이 찔려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탓인지 이날 등굣길에는 부모나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고 오는 학생이 많았다. 일부 학부모는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학교 담장 너머로 계속 손을 흔들며 아이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학교 앞 경찰관을 본 어린아이들은 어떤 상황인지 잘 알지 못하는 듯 “우리 학교 경찰이 지켜준다”고 소리치며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교정에 들어서기도 했다.

학부모 박모씨(44)는 “1학년과 3학년 아이가 이 학교에 다니는데 오늘 학교를 보낼까 말까 고민하다 방학이라 교실에 있는 짐도 챙겨와야 해 어쩔 수 없이 보냈다”며 “첫째는 평소에도 불안감이 높은 아이인데 이번 사건으로 너무 충격을 받아서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도 담임 선생님 말고는 모르는 선생님은 따라가지 말라고 교육했다”며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불안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등교하지 않은 학생들도 있었다. 학부모와 아이들의 불안감 때문이다. 학교 측도 사전에 아이나 학부모가 등교를 원하지 않을 경우 자율적으로 등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학교 앞에서 만난 한 부모는 “아이의 전학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이날부터 해당 학교 학생들에게 심리상담을 지원한다. 학부모가 동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위기 스크리닝 검사’를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 상담치유기관과 연계해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교직원과 학부모를 대상으로도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돌보는 데 필요한 교육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전지역 학부모·교육단체와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부모들은 이번 사건을 보며 직장에 나가지 말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가고 데려와야지 싶다가도 현실은 그렇게 할 수 없어 더 억장이 무너진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달라”고 밝혔다.

대전시의회도 이날 열린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교육청의 현안 보고를 받고 사건 발생 경위와 대책을 점검했다. 의원들은 학교 내 폐쇄회로(CC)TV 설치 확대와 돌봄교실 관리 및 지원 인력 확충, 질환교원심의위원회 운영의 실질화 등을 주문하면서 특정 사건에 국한한 대책이 아니라 학교 안전 문제를 전반적으로 점검해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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