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경험·지식 함께 나누는 광명 ‘사람책도서관’ 시민들에 인기

지난 14일 경기 소하도서관에서 만난 그림책테라피스트 황보미씨가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람에 따라 추천하는 그림책도, 읽는 방식도 아주 다르거든요.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사시나요?”
지난 14일 경기 광명시 소하동 소하도서관에서 만난 그림책테라피스트 황보미씨(48)가 물었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대답하니 황씨는 커다란 가방에서 여러 권의 책을 꺼내기 시작했다.
황씨는 평소 그림책을 통해 사람의 감정을 읽어내고 치유하는 일을 한다. 황씨는 지난해 2월부터 사람책으로 활동 중이다. 사람책(사람책도서관)은 광명시의 독서문화 서비스로, 사람이 한 권의 책이 돼 자기 경험과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공유한다.
베이지색 식탁보 위로 황씨가 처음 꺼낸 책은 노란색 배경이 눈에 띄는 그림책 <펭귄체조>였다. 아이 펭귄과 부모 펭귄이 간단한 구령에 맞춰 함께 체조하는 내용이다. 황씨는 본격적인 책읽기에 들어가기 전 ‘몸풀기’ 그림책으로 <펭귄체조>를 많이 활용한다고 했다.
이어 부모와 아이 사이의 갈등을 아이의 시선에서 재밌게 풀어낸 <아! 어쩌란 말이냐>와 밝은 빛을 비추면 그림 속 나타나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빛을 비추면 In Light>를 권했다. 책을 읽는 중에는 그림책을 읽는 법과 해석하는 법에 대한 노하우도 설명했다.
1년간 황씨가 느꼈던 사람책의 장점은 ‘매번 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매번 독자가 다르니 사람책도 달라진다”면서 “독자한테 맞는 책을 소개해주고 그만큼 더 와닿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서 좋다”고 말했다.
황씨는 ‘사람책’이 점점 더 발전한다고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직접 책을 골라 갔지만, 이젠 사전에 미리 질문을 몇가지 던져 파악하고 간다”면서 “책도 권하기보다는 대출자가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책도서관은 광명시가 2018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전통적인 도서관 운영의 틀에서 벗어나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대면 교류가 사라지는 시대인 만큼 시민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서로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나누자는 목적도 있다.
운영 8년째인 올해 법·사회, 컴퓨터, 진로·취업, 문화·예술, 여행, 외국어, 건강 등 11개 분야에서 60명이 사람책으로 활동 중이다.
사람책 대출 시간은 1회에 1시간30분 정도다. 사람책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강연과 같은 형태로 변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람책 1인당 독자 역시 3명으로 제한된다.
사람책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는 높다. 지난해에는 총 207명의 시민이 사람책을 대출했다. 이 중 23명을 상대로 시행한 만족도 조사에서 ‘만족했다’는 응답은 100%였다. 사람책 대출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광명시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사람책으로 활동하길 원하는 시민은 홈페이지에서 등록 신청을 하면 인터뷰 등 승인 과정을 거쳐 할 수 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사람책은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며 “시민이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시민공동체를 형성해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