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이지 않은 이유

양권모 칼럼니스트

갖은 곡절을 겪고 있지만, 두 가지는 확실하고도 가까운 미래다.

먼저 윤석열은 헌법재판소 심판에서 파면될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계몽령’이란 궤변까지 등장했으나, 위헌·위법의 비상계엄이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윤석열 측과 국민의힘이 집요하게 헌법재판소를 공격하는 것은 탄핵심판 불복을 위한 빌드업일 공산이 크다. 파면 심판이 나와도 승복하기는커녕 대선에서 이겨 ‘윤석열의 억울함을 풀어주자’며 보수층을 최대한 결집시키겠다는 심산이다.

또 하나는 ‘윤석열 탄핵’을 주도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2심 판결이 어떻든 조기 대선에 출마할 것이란 점이다. 2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당선무효형이 나와 지지율이 출렁일지라도 이재명의 입지는 끄떡없을 터이다. 공고한 일극체제, 당내 견제 세력은 전무한 상태다.

‘적대적 공생’ 관계였던 윤석열은 무대 뒤로 사라지고, 이재명은 조기 대선의 주역이 되는 상황이 도래한다. 대척점으로 윤석열이 사라진 마당에, 조기 대선은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짜일 판이다. 이재명이 대선 후보로 나서면 복수심에 불타는 보수층의 맹렬한 분노가 분출되기 십상이다. 극단적 ‘분노 선거’로 흐를수록 막판에 열전 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극한의 진영 대결 양상이 펼쳐질 것이다. 지난 주말 탄핵 찬반 집회로 두 동강 난 광주 금남로의 모습이 그 예고편이다.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에 의해 곧바로 해제되고,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이재명 민주당’의 집권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의견이 거의 국민적 합의 수준에 이르렀다. 불법 계엄 선포로 보수 궤멸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린 국민의힘이 정권 재창출을 꾀하는 것은 망상에 가까웠다. 내란을 획책한 대통령이 탄핵되어 치러질 조기 대선의 기본 성격은 ‘민주 대 반민주’다. 아직껏 탄핵 반대의 기치 아래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엄호하며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반민주’ 편이다. 그렇게 민주당에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유리한 대선 구도가 조성될 것 같았다.

12·3 불법 비상계엄 선포 한 달여 만에 여론이 급변했다. 민주당이 탄핵 국면에서 과도한 힘자랑을 하고 ‘카톡 검열’ 논란 같은 자충수를 연발, 역풍을 불러왔다. 특히 이재명의 집권 가능성이 커지자 ‘이재명 포비아’에 사로잡힌 보수층이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180석의 민주당이 행정부까지 차지할 경우 견제 불능의 절대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란 두려움이 보수층을 넘어 중도층으로 확산되면서 기류가 변했다.

중도층이 이재명에 대한 흔쾌한 지지를 망설이는 이유는 그가 좌파이기 때문이 아니라 독단적이지 않을까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이 의구심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중도 외연 확장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국회 권력과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동시에 거머쥔 거대한 힘은 양날의 검이다. ‘180석 여당+대통령 권력’을 남용하지 않으면서 기득권의 저항을 뚫고 사회대개혁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천해 보이는 것이 방도다. 이재명도 “국민들이 나서서 권력을 끌어내리면 그다음에 민주당은 과연 이 나라 미래를 우리가 만족할 정도로 희망스럽게 끌어갈 수 있을까? 그 의심을 한다”고 했다. 그 의심을 풀어내야 정체되어 있는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한 달여 여론의 추세는 한 방향이다.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올라가 민주당과 비등해졌다. 탄핵 찬성 비율도 80%대에서 60% 안팎으로 떨어졌다. 정권교체 의견이 여전히 높지만, 정권 재창출 응답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40%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탄핵 찬성의 절반 정도만 이재명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 위험한 시그널이다. 왜 이런 흐름이 나타나는 것일까. 여론조사에서 보수가 과표집됐다거나, 윤석열의 농간 때문이라거나, 극우의 세력화 탓으로 원인을 돌리면 야당이란 변수를 간과하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민주당과 이재명이 자기 성찰을 통해 찾아야 한다. 그래야 거센 반동의 물결에 맞설 수 있다.

야당의 잘못으로 계엄 심판을 받아야 할 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게 된다면 민주주의 회복은 물건너간다.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혁신’ 없이도 다시 정권을 연장한다면, 그야말로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양권모 칼럼니스트

양권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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