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수미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이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최근 발간한 동남아문학총서를 소개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역사적 경험이 비슷한 만큼, 동남아시아 문화에는 한국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한세예스24문화재단 사무실에서 최근 동남아시아문학총서 4~6권을 출간한 백수미 이사장을 만났다. 재단은 2022년부터 국내 최초로 동남아시아문학총서를 발행하고 있다. 백 이사장은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각 국가들은 고유의 언어를 갖고 있기에 이를 선별해 번역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개별 출판사들이 작업하기에 는 까다로운 점들이 있어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못했다”라며 “동남아시아의 좋은 책을 선정하고 이를 번역·출판해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출간 외에 국제문화교류전, 장학사업 등을 통해 한국과 동남아시아 간의 문화교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한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K-팝, K-드라마, K-문학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동남아시아의 문화는 전 세계에 덜 알려져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에게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백 이사장은 “동남아시아의 문화를 국내에 잘 알리는 것이 저희 재단의 과제이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그 안에 담긴 이야기나 감수성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문학, 미술 작품 등을 통해 상호 공감하고 이해를 촉진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외세의 점령과 전쟁을 경험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재단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필리핀의 식민지 경험과 역사를 담아낸 닉 호아킨의 소설 <배꼽 두 개인 여자> 의 출간을 알린 바 있다. 백 이사장은 “필리핀의 국민 작가 닉 호아킨 소설처럼 필리핀의 역사와 사회문화적 배경을 문학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교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2015년부터는 ‘국제문화교류전’을 개최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각국의 중견 및 신진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백 이사장은 “국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동남아시아 미술의 매력을 알리고, 신진 작가들에게 글로벌 무대에서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대학생 해외봉사단은 최근의 트렌드에 맞게 문화 교류 프로그램으로 성격을 바꿔 오는 6월부터 새롭게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동남아시아 학생들에게 한국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다. 이 밖에 재단은 클래식 음악 공연, 인문학 연구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2014년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했다. 백 이사장은 재단이 동남아시아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한세실업은 오랜 기간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와 경제적 협력을 이어오면서 성장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얻은 경제적 성과들을 의미 있게 환원하고자 동남아시아 문화교류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단순한 기부를 넘어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기업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고민하는 만큼 저희 문화재단도 문화의 힘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