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지배’ 말하던 일본, 미국 ICC 제재엔 침묵···모순”

조문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법치를 뜻하는 ‘법의 지배’ 개념을 강조해 왔으면서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재에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은 데 대해 미국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이 ICC에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는 국가이며, ICC 소장 역시 일본인이란 점에서도 침묵은 합당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지 일간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는) 그동안 법의 지배를 호소해 왔음에도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측 반응이 두려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최근 ICC 당사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ICC 제재에 맞서 발표한 비판 공동성명에 일본 정부가 동참하지 않은 것을 지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ICC 직원·가족 등을 상대로 자산 동결, 여행 금지 조처 등 제재 행정명령을 냈다. 그는 ICC가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수뇌부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에 ICC 당사국 125개국 중 79개국은 7일 “ICC의 독립성과 무결성, 공정성을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에 유감”이라며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아카네 도모코 ICC 소장 역시 성명을 발표해 “ICC 회원국과 법의 지배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당시 일본 외무성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ICC 제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등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 7일로 잡힌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으려 공동성명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총리 관저의 한 간부는 아사히에 “타이밍이 너무 나빴다”고 말했다.

필립 오스텐 게이오대 교수는 일본의 공동성명 불참과 관련해 아사히에 “법의 지배를 내세워 왔던 일본으로서는 큰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동아시아 정세가 긴박해졌을 때 국제 사법 기관에 구제를 요청해도 무시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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