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패 혐의를 받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을 봐주라고 지시했다가 공무원들의 집단 반발에 부딪혔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협조하라는 조건으로 부당한 거래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면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한 지 약 한 달 만에 ‘반트럼프 저항’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 기소를 철회하라는 법무부 지시에 불복한 공무원들의 사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뉴욕시의 부시장 등 고위공무원 4명이 사표를 냈고, 지난주에는 검사 7명이 같은 이유로 사직했다.
앞서 미 법무부는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애덤스 시장의 공소를 취소하라며 검찰청 등을 압박했다. 법무부 측은 애덤스 시장 사건을 다룬 검사 20여명을 모아놓고 지시에 따르는 사람은 승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들은 “법 집행은 불편부당해야 한다” “부유층이라거나 권력자라는 이유로 자비를 베풀지 않는 게 우리의 의무”라며 줄줄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미 언론들은 이 같은 집단 항명이 “전례 없는 반트럼프 저항”이라고 평가했다. 사표를 낸 이들 중에는 보수 성향 인사도 대거 포함돼 있었다는 점에서 사법부나 정치적 반대파를 “좌파들의 소굴”이라고 비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애덤스 시장이 재판을 면한 건 ‘이민자 추방 정책에 협조하면 기소를 취소해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거래에 응했기 때문이라고 미 언론들은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 소속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마러라고 자택으로 곧장 달려가는 등 ‘친트럼프’ 행보를 보여왔고, 지난 14일에는 톰 호먼 국경 차르에게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정책에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이 인권 탄압이라고 비판해 온 다른 민주당 소속 지도자들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애덤스 시장은 구청장 시절 뇌물을 받고 튀르키예 정부에 영사관 신축을 승인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건설사 쪽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받는 등 5개 혐의로 지난해 9월 기소됐다. 그가 ‘청렴함’을 내세워 당선된 경찰 출신 정치인이고, 현직 뉴욕 시장이 기소된 건 처음이라는 점에서 큰 파장이 일었다. 애덤스 시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애덤스 시장이 즉각 사임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에이드리엔 애덤스 뉴욕시의회 의장은 애덤스 시장이 “뉴욕시 공무원들과 주민들의 신뢰를 잃었다”며 사임을 촉구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 니디아 벨라스케스 연방 하원의원 등 뉴욕주 의원들도 애덤스 시장이 최근 불거진 정치적 혼란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