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우세 지역 테슬라 재구매 비율 72%→65%
“머스크가 미치기 전에 산 차” 스티커 유행하기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에서 테슬라 중고차 매물이 1년 전보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보인 정치적 행보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미 언론은 풀이했다.
17일(현지시간) CNN이 중고차 거래 사이트 ‘콕스 오토트레이더’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이 사이트에 등록된 테슬라 중고차는 평균 1만1300대로 전년 동기(8800대)보다 28% 증가했다.
콕스 측은 테슬라 중고차가 늘어난 데 복합적 요인이 있다고 풀이했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테슬라 신차 판매가 급증했는데, 3년이 지나 교체 수요가 늘어나는 자연스러운 추세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 폭스바겐 등에서 새 모델을 출시해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요인 중 하나로 짚었다.
CNN은 이에 더해 머스크에 대한 소비자의 반감이 커진 상황도 차량 구매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가 있다고 분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모빌리티 데이터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이른바 ‘블루 스테이트’ 지역에선 테슬라 차량 소유자가 테슬라 신차를 재구매하는 비율이 2023년 4분기 72%에서 지난해 4분기 65%로 7%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레드 스테이트’에선 테슬라 재구매 비율이 같은 기간 47.6%에서 48.2%로 0.6%포인트 늘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디케이터에 있는 테슬라 대리점 밖에 모인 시위대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항의하기 위해 모여있다. 이들은 머스크가 정보효율부(DOGE)를 이끄는 등 트럼프 정부에서 정치적 역할을 맡은 것을 비판했다. EPA연합뉴스
테슬라 차주들 사이에선 머스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스티커를 차에 붙이는 것도 유행하고 있다. “이 차는 머스크가 미치기 전에 샀습니다” 같은 문구를 차 뒤쪽에 붙이는 식이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전기차를 구매한 진보 성향의 테슬라 차주들이 최근 머스크의 행보에 대한 부끄러움과 실망감을 이런 방식으로 내비친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설명했다.
아마존에서 이런 스티커를 산 이들은 “차는 좋지만 머스크는 싫다. 머스크에 대한 감정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 “테슬라 차주로서 (다신 안 살 거지만) 머스크의 독재적이고 파괴적인 시도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등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에 반대하는 내용의 자동차 스티커. 테슬라 차주들이 최근 “이 차는 머스크가 미치기 전에 샀다”는 스티커를 붙여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에 반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판매 사이트 갈무리
테슬라 신차 매출도 줄고 있다. 미국 매출은 지난해 12월과 1월 사이 16% 줄었고, 글로벌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했다. 유럽 시장의 경우 자동차 판매량에서 테슬라 주력 차종 모델Y의 점유율이 2023년 1위에서 지난해 4위로 내려앉기도 했다. 머스크가 극우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특히 논란이 된 독일에선 테슬라의 중고차 가격도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테슬라의 타깃 그룹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고가의 전기차를 구매함으로써 기후 변화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부유한 사람들’이었다. ‘좌파적 매력’을 가진 브랜드였던 것”이라며 “이제 이런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CEO(머스크)의 활동이 회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자동차는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할 때 주택 다음으로 신중하게 고려하는 품목인 만큼, CEO의 정치 활동이 테슬라 판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자동차 구매 사이트 에드먼즈의 분석 책임자 아이번 드러리는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정치가 최우선이 아닌 사람들도 많다”며 “많은 이들은 구매를 결정할 때 정치에 대한 감정은 제쳐두고 가격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