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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외 원조·개발을 위한 공적 조직을 대폭 축소하기로 하면서 중국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던 비영리단체들도 대거 위기를 맞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18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권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하던 몇몇 단체들은 지난주 민주주의진흥재단(NED)으로부터 무기한 자금 지원 중단 통보를 받았다. NED는 해외에서 민주주의를 진흥한다는 목표를 갖고 로널드 레이건 미국 행정부 시절인 1983년 출범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개발처(USAID)와 함께 정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정부효율부의 타깃이 됐다.
중국디지털타임스는 NED의 이번 결정으로 활동 중단 위기에 놓였다. 이 단체는 중국에서 검열로 인해 삭제된 기사를 기록·보관해 왔다. 설립자 샤오치앙은 미국에서 천체물리학자로 활동하던 중 1989년 톈안먼 항쟁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러 중국을 방문한 뒤 인권운동에 투신했다.
독일 뮌헨에 본부를 둔 세계위구르의회도 지원이 끊겼다. 세계 각지의 위구르인을 총괄하는 이 단체는 중국 정부의 강경한 탄압으로 활동이 어려워진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관심이 크게 줄어 NED 자금지원에 특히 의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나 레이버 워치도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이 단체는 뉴욕을 거점으로 중국의 강제노동과 인신매매 종식을 목표로 활동한다. 설립자 리창 대표에 따르면 설립 이후 23년 동안 자금 지원이 완전히 끊긴 것은 처음이다.
중국 정부와 애국주의자들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조직들이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의심할 여지 없이 기쁘다. 삭감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기를 바란다”고 NYT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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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는 지난해 8월 ‘NED는 어떤 존재이고 무엇을 하는가’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해 “미국은 민주주의, 자유, 인권이란 구실 아래 다른 나라를 상대로 침투와 간섭, 전복을 위해 NED를 활용해왔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NED는 비영리기구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미 국무부와 USAID의 자문을 받고 동유럽과 신장, 홍콩, 위구르 등지에서 반정부 활동을 지원했다고 말한다.
NED는 북한 인권단체에도 자금을 지원해 왔다. 2020년 6월 칼 거쉬먼 당시 NED 회장은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규제가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해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그는 전단 살포가 효과적 방법이 아니라 생각하며, 재단이 대북 전단 살포 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