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한지 1년을 앞둔 18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병원 복도를 달려가고 있다. 한수빈 기자
“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서의 휴학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대부분 생각하고 있다.”
비수도권 의대에 다니는 A씨는 “올해도 휴학 신청을 했는데 학교에서 아직 (휴학) 승인은 나지 않았다”고 했다. A씨가 다니는 학교에 복학한 의대생은 10명 안팎이다. A씨는 “정부가 최근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며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의대증원에 반발해 휴학한 의대생들이 학교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블랙리스트가 지속적으로 돌면서 의대생들이 복귀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보는 반면, 의대생들은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아 복귀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대학들은 급하게 4500명 대규모 의대 신입생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18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립대 의대 10곳의 복학 현황을 보면, 지난 13일 기준 대부분 의대에선 10~20명 안팎의 의대생만 복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칙으로 두 학기 연속 휴학을 허가하지 않는 충북대만 이례적으로 복학자가 다른 국립대의 3~4배에 달했지만 학교 측은 “정상 복귀는 아니다”라고 했다. 충북대 관계자는 이날 “수강신청을 하지 않아도 제적 사유에 포함되는데 학생들이 1~2개 수업만 수강신청을 한 상황”이라며 “정상적인 수업 복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이 블랙리스트를 돌리며 수업에 복귀하려는 학생이나 신입생을 압박하거나 회유하면서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가 지연된다고 본다. 교육부는 최근까지 수업 복귀 의대생 명단을 돌린 정황이 파악되면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반면 의대생들은 “블랙리스트만이 복학을 주저하는 이유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비수도권 국립대 의대생 B씨는 “정부의 적극적인 입장 선회가 아직 보이지 않아 복귀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각 대학은 늘어난 의대 신입생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 정비 등을 급하게 준비 중이다. 충북대는 “6개 소규모 토의실이 이달 중 공사 완료 예정”이라고 했고, 강원대는 “이론 강의실 2개 추가로 리모델링 예정”이라고 했다. 강원대는 ‘전공 학사일정 연기 및 본과 임상실습 단축 예정’이라고도 했다.
의대에선 지난해 휴학한 1학년 예과생과 신입생을 분산하기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경상국립대는 지난해와 올해 입학생을 분반해 수업을 진행한다. 경상국립대는 “개설교과목 중 의예과 1학년만 별도반으로 운영되는 교과목은 2024학번과 2025학번은 분반해 수업할 수 있도록 수강신청 지도하고 있다”고 했다. 의예과 지정반 수업은 핵심·기초교양이 각각 13개씩이다.
의료계에선 의정 갈등의 본류가 풀리지 않으면 의대생들의 복귀도 요원할 것으로 본다. 서울권 의대 재학생 C씨는 “현장을 떠난 전공의나 의대생들이나 입장이 기본적으로 같다”며 “전공의가 현장에 복귀할 이유가 없으면 의대생들도 현장 복귀의 이유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