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 겨냥 “비핵화라는 실패한 꿈에서 못 깨”

정희완 기자

한·미·일 공동성명에 첫 공식 입장 “낡고 황당무계한 계획”

김정은 명의 아닌 외무성 담화…대화 가능성에 ‘수위 조절’

북한이 18일 미국의 ‘북한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두고 “맞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북한 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비핵화 원칙을 직접 겨냥한 입장을 낸 건 처음이다. 외무성 담화 형식인 데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아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의 북한 비핵화 원칙은) ‘비핵화’라는 실패한 과거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현실 도피적인 입장”이라며 “미국의 행동을 가장 단호한 어조로 규탄 배격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담화 서두에 한·미·일 외교장관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된 점을 언급하며 미국을 비판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북한의 비핵화를 두고 “실천적으로나 개념적으로마저도 이제는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인 낡고 황당무계한 계획”이라며 “미국의 근시안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그러면서 “앞으로도 국가수반이 천명한 새로운 핵무력 강화 노선을 일관하게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과시하면서 핵무력 고도화 추진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미국과 대화하더라도 비핵화는 거부한다는 뜻을 못 박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의 적대적 위협이 존재하는 한 우리에게 핵은 곧 평화이고 주권이며 국가 헌법이 부여한 정당방위 수단”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는 일종의 협상조건 제시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면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담화는) 역설적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폐기된다면 핵무력 강화 노선도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북·미 간 핵군축 협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번 담화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그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 명의로 나오진 않았다.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위를 조절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상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은 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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