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첫 통제영 싸고 통영·여수 ‘역사 전쟁’

강현석 기자
경남 통영시에 있는 삼도수군통제영.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경남 통영시에 있는 삼도수군통제영.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학계 정설은 ‘통영 한산도’
전남도·여수시의회 “여수”
통영시의회 “사과” 결의안
유산청 “정식 절차로 판단”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을 이끈 이순신 장군의 첫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을 두고 경남과 전남 사이에 쟁탈전이 불거졌다. 삼도수군통제영은 충청·전라·경상도의 수군을 통합 지휘한 통제사가 있던 곳을 말한다.

그간 삼도수군통제영이 처음 설치된 곳은 경남의 ‘통영 한산도’라는 게 학계 등의 정설이었다. 반면 전남도 등은 당시 본영이 있었던 ‘여수 전라좌수영’을 첫 통제영으로 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1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 통영시의회는 지난 14일 ‘전라남도와 여수시의 최초 삼도수군통제영 침탈 행위 및 역사 왜곡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통영시의회는 결의안에서 “최초 삼도수군통제영은 통영 한산도임이 명백함에도 전라남도와 여수시가 왜곡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면서 “전남도와 여수시는 주장을 철회하고 통영시민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영시와 시의회는 한산도가 첫 통제영임이 명확하다는 입장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한산대첩으로 해상 주도권을 확보한 뒤 1593년 7월 한산도에 진영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선조가 같은 해 8월 교지를 내려 이순신에게 전라좌수사와 삼도수군통제사를 겸직하도록 했다. 이때부터 ‘한산진’이 삼도의 수군을 실질적으로 총지휘하는 삼도수군통제영이 됐다는 설명이다.

한산도에 설치된 조선 수군의 진영은 정유재란으로 소실되기 전인 1597년까지 4년간 운영됐다. 통영시의회는 “<조선왕조실록> <난중일기> 등 사료와 국가유산청 자료에서도 확인된다”고 밝혔다.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영의 객사로 건립된 전남 여수의 진남관.

임진왜란 당시 전라좌수영의 객사로 건립된 전남 여수의 진남관.

반면 전남도의회와 여수시의회는 “여수가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이라고 주장했다. 전남도의회와 여수시의회는 각각 지난해 10월과 11월 ‘최초 삼도수군통제영 여수의 역사 바로잡기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전남도의회 등도 선조가 1593년 8월 교지를 내렸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당시 이순신의 본래 직책인 전라좌수사의 본영인 전라좌수영이 여수에 있었던 만큼 첫 통제영은 여수라고 주장했다.

전남도의회와 여수시의회는 “선조는 전라좌수사였던 이순신에게 삼도수군통제사를 겸직하도록 한 만큼 통제영의 본영은 여수였다는 게 명백하다”면서 “전라좌수영 전진기지였던 한산도에서 교지를 받았다고 해서 한산도가 통제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의 국가유산정보를 보면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지역이 통영으로 명시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선조 26년(1593년)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의 한산진영이 최초의 통제영”이라면서 “지금의 통영시 관내에 통제영을 짓기 시작한 것은 선조 36년(1603년) 때의 일이다”라고 설명한다. 통영 도심에 있는 삼도수군통제영은 1998년 2월 사적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논쟁에 대해 성급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고 정식 절차를 통해 판단되어야 할 사항”이라며 “현재까지 전남도에서 사적 지정 신청이 접수된 바 없어 판단할 수 있는 역사적 고증자료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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