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칼날’에 완성차 업계 ‘덜덜’

권재현 선임기자

‘합종연횡’으로 대응…중 창안·둥펑차 합병 땐 미 포드 제치고 7위

일본도 내부 ‘이합집산’ 움직임…현대차그룹은 미국 GM과 ‘동맹’

트럼프 ‘관세 칼날’에 완성차 업계 ‘덜덜’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불난 호떡집’처럼 분주하다. 가뜩이나 전동화, 미래차 전환 등 100년 만의 대변혁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어서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의 옛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단호한 ‘아메리카 퍼스트’ 방침에 맞서 세계 각국의 경쟁 업체들은 ‘합종연횡’으로 응수 중이다. 거대한 태풍 앞에서 ‘공동 방어전선’을 구축하겠다는 논리다.

중국 4대 국영 자동차 기업에 속하는 창안차와 둥펑차의 합병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중국 언론은 이들 업체의 모회사가 다른 국영 자동차 기업과 경영 통합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고 최근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창안과 둥펑은 지난해 세계시장에 각각 230만여대와 190만여대를 팔았다. 합산하면 중국 1위 BYD(비야디)와 맞먹는다.

합병하면 미국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7위 자동차 그룹이 탄생한다. 이항구 아인스(AINS) 연구위원은 “전기차를 앞세운 BYD의 공세로 내수시장마저 위기에 처한 국영 자동차 기업이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갈등 속에 외국 회사와의 합작이 어려워진 영향도 있다. 중국 자동차 업계에선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BYD와 지커, 볼보, 로터스, 폴스타 등을 산하에 둔 지리그룹 등이 현지화 전략을 통해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의 힘만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을 헤쳐가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도 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6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BYD 왕촨푸 회장과 샤오미 레이쥔 회장, 배터리 기업 CATL 쩡위친 회장 등 민영 기업 거물들을 좌담회에 불러모은 건 상징적 장면이다. 시 주석이 직접 나서 민관이 힘을 모아 지금의 파고를 헤쳐나가자는 강력한 메시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1위(도요타)를 보유한 일본도 직접적인 사정권 안에 놓여 있다. 불발로 끝나긴 했지만, 일본 2위(혼다)와 3위(닛산) 간 합병 논의가 최근까지 전개됐다.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수출 차질이 불가피하고, 중국 업체들의 부상으로 동남아시아 등 기존 텃밭에서도 고전이 예상된다. 이에 어떤 형태로든 일본 완성차 업계의 ‘이합집산’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엔 합병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제휴·협력 사례가 이미 줄을 잇고 있다. 전기차,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자율주행 등 미래차 영역이 워낙 넓고 비용도 많이 드는 까닭이다.

현대자동차와 GM은 지난해 포괄적 업무 제휴 협약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4일 미래 사업을 총괄하는 ‘미래전략본부’를 신설하고, 계열사 간 업무 조정 등 컨트롤타워 역할에 더해 자율주행과 미래항공모빌리티(AAM), 휴머노이드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 인수·합병(M&A) 대상 스타트업 발굴 작업을 맡겼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한국 자동차 업계와 부품시장은 지금 칼자루를 쥐고 마음껏 휘두르는 미국의 칼날 앞에 서 있는 형국”이라며 “이대로 가면 대량 실업과 협력업체 줄도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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