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한 달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일론 머스크라는 ‘로켓 엔진’을 장착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현기증 나는 속도로 연방정부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머스크와 그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는 월권과 이해충돌 논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워싱턴과 인근 지역의 연방 공무원들은 사무실 복귀 명령과 퇴직 압박, 통신 감시 우려 속에 잔뜩 움츠러든 상태다.

DOGE의 재무부 결제 시스템 접근, 국제개발처(USAID) 직원 대량 강제휴직 통보 등 머스크가 시행한 상당수 조치들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그럼에도 머스크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비효율’ ‘다양성(DEI) 정책 옹호’라며 집중 공격한 기관들은 법원의 일시정지명령이 나오기 전에 이미 내부 기능이 거의 마비됐다. 사기가 떨어진 구성원들은 저항보다는 탈출 내지 순응을 택하고 있다. 미 의회 소수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은 거리집회에서나 겨우 반대 목소리를 낼 정도로 무기력하다.

그사이 억만장자 머스크는 사업적 이해관계를 확실하게 챙기고 있다.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금융결제 플랫폼으로 키우려는 그가 관련 규제를 담당하는 소비자금융보호국(CFBP)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머스크 유니버스’ 구축을 위한 구조조정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머스크가 관여한 사업체 6곳에 대해 연방 기관 11곳이 진행해온 32건의 조사(뉴욕타임스 추산)도 사실상 중단됐다. 트럼프 취임 이후 해고된 감사관도 17명에 이른다. 정부 내 부패·사기·예산낭비 등을 잡아내겠다며 칼을 휘두르는 머스크는 정작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고 있는 셈이다.

거액의 미 국방부 계약을 수주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최대주주인 머스크가 국방예산 감시자를 자처하는 황당한 일도 빚어졌다. 우주·과학 정책에 머스크가 입김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주력 프로젝트는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아르테미스)다. 그런데 ‘화성 식민론자’ 머스크는 “달은 화성으로 가는 데 방해만 된다”는 입장이다. 과학계에선 NASA의 우선순위 재조정은 물론, 초당적 지지가 필요한 화성 탐사계획이 정쟁에 휘말릴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특별공무원(SGE) 자격인 머스크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에 최대 130일. 아마도 그 기간 내에 끝장을 보려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의 이익이 미국의 국가 이익과 정면충돌하는 상황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머스크의 위세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는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 등장한 머스크가 트럼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취재진의 질문을 독차지하는 장면은 트럼프가 그를 집권 1기부터의 숙원인 ‘딥스테이트(기득권 관료집단) 해체’를 완수할 대리인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줬다.

워싱턴 정가에 밝은 한 소식통은 “마가(MAGA) 진영과 빅테크 출신 신흥 집단 간의 세력 다툼이 머지않아 표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20일 취임 한 달을 맞는 트럼프와 머스크의 ‘전략적 제휴’는 아직까진 별 탈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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