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남도학숙 동작관 전경. 광주광역시 제공.
성희롱 피해를 당한 직원과 법정공방을 벌인 남도학숙이 결국 소송비용까지 모두 부담하게 됐다.
1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라남도와 광주시청으로 구성된 ‘남도학숙 관련 소송비용 협의체’는 지난 18일 광주시청에서 회의를 갖고 “남도학숙이 성희롱 피해자에게 청구한 소송 비용 전액을 회수하지 않기로 한다”고 의결했다.
남도학숙은 지역 학생들을 광주시와 전남도가 1994년 서울시에 공동으로 설립해 운영하는 기숙사다. 2014년 남도학숙에 입사한 A씨는 직장 상사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 A씨는 남도학숙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고, 대법원은 2022년 8월 “남도학숙이 3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 했다.
남도학숙은 판결 직후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법원에서 A씨가 패소한 ‘직장 내 괴롭힘’ 부분을 문제 삼아 소송비용을 청구했다. 남도학숙이 지출한 소송 비용을 소송 패소자(A씨)에게 부담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남도학숙이 청구한 금액은 A씨가 받은 배상금보다 80만원 많은 380만원이었다.
남도학숙의 조치를 놓고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전남도와 광주시는 협의체를 꾸려 해당 문제를 논의해왔다. 18일 회의에서는 협의체 전체 위원 9명 중 8명의 찬성으로 소송비용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회의에선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적정하지 않다”는 견해와 “오랜 시간 고통을 겪은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구제가 필요하다”는 등의 견해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런 결과를 받기까지 오랜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며 “저처럼 억울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남도학숙의 이사장이기도 한 광주시장과 전남도지사의 승인 후 적용된다. 광주시 관계자는 “피해자가 너무 오랜 기간 고통을 겪었는데 공감하고 있다”며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위원들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