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 000아’ 그만, 이름 불러주세요”…전남 노사민정 전국 첫 추진

강현석 기자

상생협력사업으로 선정, 5월부터 추진
이주노동자 지급 안전모에 이름표 부착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안전모에 태국 출신 이주노동자의 이름표가 불어 있다. 전남도 노사민정협의회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개인 안전모를 지급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사업을 추진한다. 전남노동센터 제공.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안전모에 태국 출신 이주노동자의 이름표가 불어 있다. 전남도 노사민정협의회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개인 안전모를 지급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사업을 추진한다. 전남노동센터 제공.

“‘야! 이 000아’, 우린 이름이 없어요. 이렇게 불려요.”

국내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한 이주노동자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로 진행된 ‘이주노동자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조사’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또 다른 이주노동자는 “‘야’라고 부르는 것은 (이주노동자를)까는 거죠. 다 이름이 있으니까, ‘누구누구씨’ 이렇게 하면 얼마나 좋아요”라고 말했다.

노동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이름을 불러주자는 사업이 전국 처음으로 전남에서 추진된다. 일부 사업주와 한국인 관리자들의 폭언에 노출된 이들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다.

전남도는 19일 “지역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올해 ‘이주노동자 안전모 지급 및 이름 불러주기’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남도 노사민정협의회는 최근 고용노동부의 ‘상생협력지원사업’ 공모에 이 사업을 신청했다.

전남도 노사민정협의회는 고용노동부의 지원이 최종 결정되면 4000만원의 예산으로 오는 5월부터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공모에서 탈락하면 전남도 자체 예산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 사업은 ‘안전모 지급’과 함께 추진된다. 노사민정협의회는 올해 2000여명의 지역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글 이름이 적힌 개인 안전모를 지급할 계획이다. 안전모에 쓰인 이름을 보고 동료 한국인 노동자들이 이들의 이름을 부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국 노동자들은 대부분 개인이름이 적힌 안전모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기본적인 안전장비조차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이주노동자는 “한국에서 일한 지 10년 됐는데 안전장비를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안전모 지급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중대 산업재해’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산재 사고 사망자 중 외국인 비중은 2010년 7%(78명)에서 2022년 9.2%(85명), 2023년 10.4%(85명)으로 지속해 증가하고 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 센터장은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글 이름이 쓰인 안전모를 지급해 다른 동료들이 이들의 이름을 부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안전모 지급 전 사업장 노동자 모두를 대상으로 인권 교육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전남도 노사민정협의회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겨울추위에 익숙하지 않은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작업복 나눔’과 구내식당에 포크 등을 비치하는 ‘식사 배려 갬페인’을 올해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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