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유럽 패싱’에 당황한 유럽···‘홀로서기’ 가능할까

이영경 기자
미국(왼쪽)과 러시아 대표단이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위해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왼쪽)과 러시아 대표단이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위해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사실상 유럽을 ‘패싱’한 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벌이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유럽이 ‘파리 회동’을 열며 독자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영국 등이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 파병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는 가운데, 동맹국 미국의 지원 없는 유럽의 ‘홀로서기’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프랑스가 17일(현지시간)에 이어 19일 2차로 우크라이나와 유럽 안보에 대한 비공식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8일 보도했다.

17일 엘리제궁에서 열린 ‘1차 파리 회동’에는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덴마크 등 7개국 정상이 초청됐다. 이에 초청받지 못한 체코, 루마니아 등이 반발하자, 첫 회동에 참석하지 않은 국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캐나다 등 11개국을 초청해 ‘2차 파리회동’을 열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으로 수만 명 병력을 배치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각국 정상들이 많은 예산이 투여되는 평화유지군 배치를 밀어붙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18일 미국과 러시아가 유럽 국가를 배제하고 종전 협상을 벌이면서 영국, 독일, 프랑스 지도자들은 어려운 선택과 비용이 많이 드는 부담을 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평화유지군 창설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했지만, 작년 여름 실시한 조기 총선이 정국의 혼란을 불러오면서 지지기반이 약해진 상태다.

총선을 앞둔 독일에서는 파병을 결정했다가는 총선 이후에도 새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평화유지군에 대해 “시기상조이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필요하다면 군대를 지상에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리처드 대닛 전 영국군 사령관은 뉴욕타임스에 “숫자도 없고 장비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17일 열린 ‘1차 파리 회동’에서도 평화유지군 파병 합의는 불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지원 없는 평화유지군 파병은 실질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럽의 평화유지군 파병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적으로 찬성”이라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지원에 선을 그었다. 같은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평화유지군 파병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이날 라브로프 장관과 회담 후 “유럽연합(EU)도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기에 일정 시점에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할 것”이라며 유럽연합의 제재 해제를 언급하면서 유럽과 미국의 엇박자는 더 커지는 형국이다.

EU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당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함께 러시아 제재를 주도했다. 돈줄을 묶어 전쟁비용으로 쓰지 못하도록 한 조치로, 서방이 동결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3분의 2 이상이 EU 내에 묶여있다.

EU는 대러시아 제재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미·러 고위급 회담이 열린 당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대러시아 제재 이행’이 안건에 포함됐으며,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16차 대러 제재안도 준비 중”이라며 “러시아를 겨낭할 수 있는 추가 조처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Today`s HOT
전사자들을 잊지 않고 추모하는 시민들 최소 37명 사망.. 토네이도로 인한 미시시피주 모습 화창한 날, 멕시코 해바라기 밭에서의 사람들 로스앤젤레스 항구 그랑프리에 참가한 각국 팀들
나폴리서 규모 4.4 지진, 새벽부터 놀란 시민들 뉴욕 슈퍼 웰터급 복싱 경기 우승자, 칼럼 월시
갑작스런 토네이도로 아수라장된 피코 리베라 영국에서 열린 '성 패트릭 데이'
기차를 끌어 기네스 인증 받은 레슬링 선수 마흐루스 이스라엘 유대인들을 위한 명절, '푸림' 마이애미 비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월식 전의 보름달, 관람하고자 모인 사람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