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손우성·박하얀 기자

이재명 “민주당, 진보정당 아냐…원래 중도보수” 선언 후폭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트럼프 시대: 한·미 동맹과 조선산업·K방산의 비전’ 현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트럼프 시대: 한·미 동맹과 조선산업·K방산의 비전’ 현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중도 확장” vs “혼자 규정 월권”
‘정당 정체성’ 놓고 논란 가열

이, 소득세 등 우클릭 논란에
“진보 가치 버리는 일 안 해
상황 따라 안 바뀌면 바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중도보수’ 정당 선언 후폭풍이 거세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 상속세 완화 등 중도층을 겨냥한 우클릭 정책 행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민주당은 진보 정당이 아니다”라고 단언하자 정체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각에선 답보 상태에 빠진 지지율 탓에 이 대표가 성급하게 핸들을 꺾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는 1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라며 “국민의힘이 극우보수 또는 거의 범죄 정당이 돼가고 있는데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원래 진보 정당이 아니다”라며 “진보 정당은 정의당과 민주노동당 이런 쪽이 맡고 있는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이어 열린 ‘트럼프 시대: 한·미 동맹과 조선산업·K방산의 비전’ 간담회에서도 “최근에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하다 보니까 우클릭 얘기를 자꾸 하던데 우리는 우클릭을 한 바 없다”며 “원래 민주당이 서 있던 자리에서 실사구시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중도보수 정당 논쟁은 전날 유튜브 채널 ‘새날’에서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제도 예외 조항 삽입 계획을 철회한 배경을 설명하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 우리가 진보 정권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촉발됐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서도 “오른 쪽이 비었는데 건전한 보수, 합리적 보수도 우리 몫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민주당이) 정체성을 바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진보적 가치를 버리는 일을 한 적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지금은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근로소득세 개편 검토 등 ‘우클릭’ 논란에 대해 “유연하다고 봐주면 좋겠다”며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입장과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더 문제 아닌가. 교조주의나 바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승패를 좌우할 중도층을 겨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단점으로 지적돼온 비호감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 지역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를 거칠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며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이 대표 엄호에 나섰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극우를 넘어서 비상식적이고 폭동을 선동하는 세력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이러니 민주당이 합리적 보수층과 중도보수층까지 대변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이념 성향을 구태여 규정하자면 중도보수적인 스탠스가 맞다”고 밝혔다.

“정치철학에 의문”…일각 “중도층에 효과 없을 수도”

비이재명(비명)계는 반발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구한 역사를 가진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SNS에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며 “탄핵 이후 민주당이 만들어나갈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는 당 내외의 폭넓은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중도보수 선언이 이 대표 기대만큼 중도층을 끌어당기지 못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중도층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안정성”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기본사회 등 진보 의제를 던졌던 이 대표가 갑자기 중도보수 정당을 주창한다고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비명계 낙선·낙천자 모임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의원은 SNS에 “총선에서 진보 개혁을 외치며 표를 얻었는데 갑자기 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 정당으로 규정하는 모습을 보니 그가 어떤 정치철학을 가졌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논쟁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수도권 의원은 “지금은 정권을 재창출하자는 뜻에서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진 않겠지만, 정권을 되찾은 이후 도대체 민주당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정당이냐를 놓고 세게 부딪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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