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선 치러야” 친러 정부 원하는 러 입장 일치
‘북한군 사망’ 첫 언급…미군 우크라 주둔엔 선 그어
루비오, 미·러 고위급 회담서 ‘대러 제재 해제’ 시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겨냥해 “애초에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사국 우크라이나가 빠진 상태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종전을 위한 첫 고위급 협상을 마무리한 가운데 전쟁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미·러 고위급 회담에 대해 “매우 훌륭했다. 종전에 대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이달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아마도”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상 배제에 불만을 드러낸 것에 대해 “당신은 3년 동안이나 그곳에 있었다. 3년이 지났으면 전쟁을 끝냈어야 했다.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고, 협상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했는데도 마치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자초했다는 식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계엄령이 선포된 우크라이나에서는 선거가 치러지지 않았다” “젤렌스키의 지지율은 4%에 불과하다” 등 우크라이나가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는 러시아가 친러 정권이 들어설 수 있도록 평화협정 체결 전에 우크라이나 대선 실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코리 샤케 미국기업연구소(AEI) 외교국방정책연구센터장은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세력권 형성을 위한 침공을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지난 80년간 미국 외교정책의 불명예스러운 반전”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 단위로 수천명의 군인들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많은 수의 북한군(Koreans)도 사망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전사 사실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나 북한은 북한군의 참전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그는 종전 후 유럽의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파병에 대해선 “전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우리(미국)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안전보장 차원에서 요구하는 미군 배치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러 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전 종전 외에 양국 관계 협력 방안도 논의됐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외교공관 운영 정상화, 평화협상 논의를 위한 고위급 협상팀 구성, 전쟁 이후 경제 협력 기회 모색을 위한 토대 마련 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러시아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까지 시사했다. 루비오 장관은 “제재는 전쟁의 결과물”이라며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모든 당사자가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도 러시아에 제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는 협상장에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