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 무값 두 배 껑충채소, 사 먹기 겁나네

작황 부진 탓 채소 가격 고공행진…소비자들 ‘한숨’

주산지 제주 잦은 대설·동해 영향
작년보다 무 91%·양배추 63% ↑
크기·품질도 떨어져 구매 망설여

재료값 폭등에 외식물가도 오름세
정부, 26일까지 배추 등 할인 지원

지난 주말 동네 마트에 들른 직장인 임모씨(35)는 채소 판매대의 가격표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배추와 양상추의 포기당 가격이 각각 6200원, 2900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임씨는 “집에서 가볍게 샐러드를 해먹을 생각으로 왔는데 너무 비싸서 내려놨다”며 “크기와 상태가 최상품이 아닌데도 몇달 전에 비해서 확실히 비싸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이상기온과 올겨울 잦은 대설·한파 영향으로 주요 월동채소 생산이 줄면서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기준 무(1개) 평균 소매가격은 3290원으로, 1년 전(1720원)보다 91.3% 올랐다. 같은 기간 양배추(1포기)는 3667원에서 5966원으로 62.7%, 배추(1포기)는 3477원에서 5188원으로 49.2% 뛰었다.

당근(1㎏)은 3920원에서 5493원으로 40.1%, 양파(1㎏)는 2159원에서 2731원으로 26.5%, 브로콜리(1개)는 2150원에서 2461원으로 14.5%, 시금치(100g)는 1208원에서 1258원으로 4.1% 올랐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무와 당근 등 뿌리채소 파종부터 출하까지 3개월가량 걸리는데, 지난해 가을 파종 시기에 고온과 가뭄 영향으로 생육이 부진했다”며 “올겨울 잦은 한파와 폭설까지 겹치면서 월동채소 생산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눈이 내린 날은 9.7일로 역대 1월 중 3위를 기록했고, 적설량도 14.5㎝로 평년보다 4.0㎝ 많았다. 하루 최고기온이 10도를 웃도는 이상고온 현상도 나타났다.

특히 월동채소 주산지인 제주를 중심으로 한파와 대설이 잦으면서 어는 피해(동해)가 발생했다. 월동채소의 생산 비중을 보면, 겨울무는 전량, 브로콜리는 전체의 75~80%가 제주에서 생산된다. 당근은 전국 생산량의 60~70%, 양배추는 30~40%가 제주산이다.

채소 가격이 오르면서 자장면과 칼국수 등 대표 서민 음식 값도 한 달 사이에 오름세를 보였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서울 기준 자장면은 지난해 12월 7423원에서 올해 1월 7500원으로 77원 올랐다. 칼국수는 9385원에서 9462원으로, 김밥은 3500원에서 3538원으로, 비빔밥은 1만1192원에서 1만1231원으로 각각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는 26일까지 배추, 무, 양배추 등 농산물 8종에 대해 할인 판매를 지원한다. 행사 기간 마트와 로컬푸드 직매장 등에서 최대 4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기존에 운영 중인 채소류 할당관세 품목과 물량, 기간도 확대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주 단위로 월동채소 수급과 가격 추이를 점검하는데, 제주와 남부지역 월동채소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며 “당분간 가격 강세가 전망됨에 따라 현행 채소 가격 할인 지원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양배추 당근 월동채소 배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