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없다”…준비 마친 후, 거침없이 쭉~

SF 이정후, 왼쪽 어깨 부상 씻고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등 소화

사실상 데뷔 시즌…“보여주겠다”

미국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19일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의 스프링캠프에서 주루 훈련 중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고 있다. 스코츠데일 | 연합뉴스

그라운드에 몸을 던지고, 힘차게 방망이를 돌린다. 건강한 몸을 되찾은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가 메이저리그(MLB)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에게 어깨 부상은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이정후는 19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수비, 주루 등 다양한 훈련을 소화했다.

이날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슬라이딩 연습 과정에서 나왔다. 이정후는 양팔을 앞으로 쭉 뻗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무리 없이 해냈다. 기술이 좋은 이정후에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자체는 어렵지 않다. 다만 이정후는 지난해 5월13일 신시내티전에서 수비 도중 펜스와 충돌해 왼쪽 어깨를 다쳤다. 이 여파로 수술까지 받았고 빅리그 데뷔 시즌을 37경기 만에 마감했다. 큰 부상 이후 돌아오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 움츠러들 수 있지만 이정후는 거리낌 없이 슬라이딩 훈련을 마쳤고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캠프에서 라이브 배팅을 하며 타격감을 올리고 있다. 기계가 아닌 투수의 공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오랜만이다. 지난 18일 첫 라이브 배팅에서는 공 하나가 몸 쪽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어 깡총 뛰며 간신히 피하기도 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이정후는 별로 놀라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게까지 위험하진 않았지만 부상에서 복귀한 뒤 (투구에 맞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2025시즌을 앞둔 이정후는 더 간절해졌다. 2023시즌 종료 후 6년 최대 1억1300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한 이정후는 구단과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빅리그에 입성했다. 그러나 부상 암초를 만나 너무 일찍 시즌을 접었다.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은 “37경기 만에 기대주에서 잊힌 존재가 되고 말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빅리그 첫 번째 시즌을 허무하게 끝냈지만 오히려 올시즌을 사실상 ‘데뷔 시즌’으로 보며 이정후를 향한 기대감은 더 높아진다. 멜빈 감독은 “우리는 여전히 그의 잠재력이 높다고 믿는다. 아직 젊고 올시즌 좋은 모습을 보이려는 의욕도 가득하다”고 했다.

이정후는 2024시즌 부상 전까지 타율 0.262, 2홈런, OPS 0.641의 성적을 거뒀다. 디애슬레틱은 “전체 성적만 보면 공격력이 평균 이하 정도로 보이지만 MLB의 빠른 공에 밀리지 않았다”며 “시속 95마일(약 153㎞) 이상의 공 82개 중에서 헛스윙한 것은 4개뿐이었다. 투수들이 이정후의 방망이를 피해 공을 통과시키기는 쉽지 않았다”고 이정후가 보인 가능성을 짚었다.이정후는 복귀한 올해 팀의 주전 중견수로 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타순은 1번과 3번이 거론된다. 이정후는 “팬들과 팀에 내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고 싶다”며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