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아브라함 패밀리 하우스(Abrahamic Family House)를 방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국무장관·재무장관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장관급 회의에 불참한다. G20 정상회의 주제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기조나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외곽 나스렉 구역의 엑스포센터에서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G20 외교장관회의와 26~27일 열리는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AP통신 등이 19일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의 G20 불참은 남아공 토지 정책과 회의 의제 등을 둘러싼 이견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에서 공익 목적으로 개인 토지를 무상 수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백인 토지를 몰수한다’며 비난한 바 있고, G20 주제가 ‘연대와 평등, 지속가능성’으로 선정된 점 등도 미국의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5일 G20 불참 의사를 밝히며 “나의 임무는 납세자 돈을 낭비하거나 반미주의를 받아주는 게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증진하는 것”이라며 G20의 기조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추진해온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폐지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베선트 장관도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 “다른 고위 당국자가 대신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미국이 최근 남아공에 대한 모든 자금 지원과 원조를 중단하면서 남아공의 공중 보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동 후 ‘에이즈 구제를 위한 비상계획(PEPFAR)’이 중단돼 남아공에서 수천명의 의료 종사자가 해고되고 병원 폐쇄 조치가 이어졌다고 이날 보도했다. PEPFAR로 지원을 받는 남아공 병원·진료소의 HIV·에이즈 전문 의료 종사자는 1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해외 원조 전담 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 폐쇄를 추진하는 동시에 남아공에 대한 원조를 전면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위니 비아니마 유엔 에이즈 프로그램 사무국장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자금 동결로 에이즈 환자가 급증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서 “공황, 두려움, 혼란이 초래됐다”고 했다.
한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9일 오후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해 이튿날부터 G20 전 일정에 참여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27일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참석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