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무모하고 순진한 생각? 총칼 앞에 비폭력 저항을 외치는 이유](https://img.khan.co.kr/news/2025/02/20/l_2025022101000602100063502.jpg)
전쟁 없는 세상
마이켄 율 쇠렌센 지음 | 최정민 옮김
오월의봄 | 176쪽 | 1만3000원
총칼 앞에 맨손으로 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 비폭력 저항을 연구해온 덴마크 출신 사회학자 마이켄 율 쇠렌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평화주의자로서 자신의 신념을 돌아봤다고 한다. ‘공격받아 폭력에 노출된 이들에게 무장 방어 말고 대안이 있었겠나.’ 폭력을 폭력으로 갚아선 안 된다는 믿음을 시험하는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저자는 제 안의 의심과 현대 평화주의가 받아온 비판을 모아 가상의 ‘회의론자’를 만들기로 했다. 책은 ‘시위와 파업 등 시민행동이 엄혹한 현실 앞에 무슨 힘이 있냐’고 묻는 회의론자와 저자 간 치열한 문답의 기록이다.
힘으로 갈등을 푸는 군사주의는 명쾌하다. “영화나 문학, 정치인들의 연설에서도 폭력과 무장투쟁이 낭만적으로 미화”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는 결국 더한 갈등을 부를 뿐이라 설득한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순교자병원 앞에서 한 어린이가 겁에 질린 채 뛰어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가자지구에서의 집단학살은 그 예시다.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발단이었지만, 이후 이어진 이스라엘의 “보복 전쟁”은 한 지역을 초토화했다. 그 끝엔 평화가 있을까. 저자는 “폭격을 당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오히려 더 큰 증오와 복수심만 키울 것”이라 본다.
책은 ‘실천적이고 전략적인’ 평화주의를 논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 점령 때의 시민 저항 사례 등을 제시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비폭력 저항의 길을 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순진한 생각이 아니냐는 의심을 품고 따라가다 보면, 작금의 한국 상황이 생각나는 대목도 여럿 보인다. “군사쿠데타는 쉽게 군사독재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군대가 독재자를 제거하더라도 군대는 여전히 군대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