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내달 말 재개 앞두고 호언장담…“사각지대 많다” 지적

말 많았던 공매도 시스템의 다음달 말 재개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무차입 공매도’를 탐지하는 시스템 구축을 사실상 완료하고 “불법 사례를 99% 잡아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공매도 제도에 불신을 품어온 개미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번 전산화에도 ‘구멍’이 많다는 우려가 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시 인프라 개선 열린토론회’에 참석해 “과거 대규모 무차입 공매도 적발 건을 시스템에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99%까지는 다 잡혔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억8000만원을 들여 불법 공매도 중앙점검 시스템(NSDS) 개발에 착수, 현재 최종 점검 절차를 밟고 있다.
공매도는 먼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해당 주식을 사들여 차익을 얻는 거래 형태다. 국내에선 2차전지주에 대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면서 2023년 11월 이후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상태다.
국내에선 특히 주식을 빌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먼저 팔아치우는 무차입 공매도는 2000년 이후 금지됐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 등 일부 기관을 중심으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무차입 공매도가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 금융당국은 이를 막기 위한 ‘공매도 전산화’ 방안을 마련해왔다.
당국의 전산화 계획 핵심은 NSDS이다. 증권사 및 기관투자가 등이 직접 잔고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주식 차입 현황 등을 점검하고, NSDS에서 상시 모니터링하는 이중장치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공매도 재개로 외국인 투자자들 수급 개선 등의 효과도 기대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우려는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정의정 한국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여전히 거래 의사를 밝히지 않은 법인이 공매도 후 당일 상환하면 적발이 불가능하다”며 “공매도 잔고 10억원 미만 법인은 NSDS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등록 의무가 없는 개인 차명 직접주문전용(DMA·기관투자가나 외국인이 초단타 매매를 위해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거래소에 주문을 전송) 계좌로 불법 공매도를 자행할 개연성이 있다”며 “NSDS는 한마디로 너무 성긴 그물”이라고 지적했다.
장철근 KB증권 상무는 “대부분 공매도 위반 사례를 보면 외국인 투자자가 상당히 많은데 잔고관리 시스템 점검에 실질적으로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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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중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거래량이 굉장히 적은 좀비기업에 대해서까지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그러나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의 신뢰를 얻는 관점에서 다양한 종목의 공매도 재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불법 공매도 방지 방안이 적절한지 등을 다음달 금융위원회에 보고한다.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는 한 공매도는 다음달 31일 다시 허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