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부관, 검찰 조사서 진술
위법성 인식 등서 말 뒤집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사진)이 12·3 비상계엄 이후 부하들에게 “계엄을 못 막은 국무위원들이 원망스럽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 전 사령관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계엄에 반대했지만 어쩔 수 없이 지시를 따랐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윗선에 돌렸는데, 계엄 당시엔 부하들에게 임무를 내리면서 “적법하게 지시받았다”고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11일 여 전 사령관의 수행부관 A씨를 불러 조사하며 “여 사령관이 푸념조로 ‘국무위원들이 심의했다는데 계엄 선포를 하게 두었는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여 전 사령관이 위법한 계엄 선포 책임을 국무위원에게 돌리고 자신은 계엄에 반대했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 직전 참모들에게 “비상상황이 되면 군이 따를까” “어르신들이 반대하겠지”라고 말한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계엄 선포 직후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아 군사작전을 진행한 현장 지휘관들의 진술을 보면 그는 지시의 적법성을 강조했다. 지난 18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제시된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의 수사기록에 따르면 그는 정 전 처장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 등을 지시하면서 “대통령·장관으로부터 적법하게 지시받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여 전 사령관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면서 그가 계엄의 위법성을 뚜렷이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에 대한 수사까지 대비했다는 증거를 여럿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