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성 공보실장 통신에 담화 발표
3월 한·미 훈련 거론…“긴장 극한점 몰아”
맞대응 차원 무력시위 위한 명분 쌓는 듯
ICBM 외에 극초음속미사일 등 대응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450정보 온실농장과 남새(채소)과학연구중심건설 착공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미국의 전략자산 운용 및 시험발사와 관련한 담화를 내고 “전략적 위협에 전략적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미국을 비판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콕 찍어 언급했다. 북한이 다음달 대규모 한·미의 연합연습 실시를 계기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의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23일 나온다.
북한 국방성 공보실장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현 이후 조선민주주의공화국(북한)의 안전 환경을 위협하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군사적 도발 행위가 더욱더 우심(극심)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성은 지난 20일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가 동원된 사실을 언급했다. 미국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국방성은 또 미국이 지난 19일 ICBM ‘미니트맨3’의 시험발사를 진행한 점도 거론했다.
국방성은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두고 “사전 경고 없이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고 이를 통해 “압도적인 힘의 우세를 차지하려는 현재 미 행정부의 변함없는 패권적 야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성은 다음달 중순 예정된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를 겨냥해 “지역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극한점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고 했다. 한·미는 해당 연습이 정례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의 훈련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방성은 미국이 한·미 훈련은 정당하다면서 “자위를 위한 우리의 핵억제력은 부정의의 수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미국의 전형적인 양키식 오만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성은 “우리의 핵무장력은 국가주권과 지역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정당방위 수단”이라며 미국의 핵위협에 따른 핵무력 강화 노선은 정당하다는 기존 논리를 재차 내세웠다. 국방성은 그러면서 “미국을 비롯한 적수들의 전략적 위협에 전략적 수단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의 불안정한 안전환경을 강력한 억제력으로 통제 관리하기 위한 책임적인 군사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성의 이날 담화 내용을 놓고 북한이 다음달 한·미 연합연습을 전후로 무력시위를 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기존에도 한·미 연합연습을 ‘북침 전쟁연습’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북한이 미국을 비난하는 담화 등에서 처음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거론한 것도 경고 수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그간 ‘미국’이나 ‘미 행정부’라고 에둘러 표현해왔다.
북한의 무력시위 수준도 주목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ICBM을 시험발사하면서 고강도로 맞대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다만 “이번 한·미 연합훈련에서 미국의 전략자산이 동원되지 않는 등 수위를 조절한다면 북한도 저강도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상·하반기 대규모 한·미 연합연습에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전개되지 않았고, 북한도 240mm 방사포를 시험발사하거나 비난 논평을 내는 데 그친 바 있다.
북한이 한·미 훈련의 수위와 무관하게 ICBM 시험발사를 자제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북한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계속 내비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과도하게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북한이 또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 착수한 점도 고려할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ICBM 카드를 꺼내면 북한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온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바뀔 수도 있다”라며 “북한이 러시아와 협력 구도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지나치게 자극하면, 미국이 러시아를 통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ICBM 대신 극초음속미사일이나 전략순항미사일 같이 미국 본토를 겨냥하지 않지만 미국이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무기를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홍 위원은 내다봤다.
북한의 이번 담화는 향후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하려면 한·미 연합훈련부터 중단해야 한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홍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화를 하고 싶다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한·미 연합훈련을 기존처럼 유지하겠다는 건, 양립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