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보수단체가 미국에서 열린 보수·우파 행사에 참석해 ‘국내 부정선거 의혹’을 들먹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언급해달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가짜뉴스가 점철된 부정선거론은 국내에서도 명백한 거짓으로 판명됐다. 입증되지도 않은 국내 문제를 미국의 강성보수 행사에까지 들고 간 일부 극우세력의 무책임한 행태가 부끄럽고 개탄스럽다.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미국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 행사장에서 독자적 부스를 설치하고 회견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부동산 사업가로 KCPAC를 설립한 한국계 미국인 애니챈, 대표적 부정선거론자 민경욱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든 세계 어디서든 선거 조작은 진정한 범죄이기에 적절히 조사돼야 하며, 선거 과정에서 중국의 개입이 있다면 국제적 범죄이기에 중단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 일은 가치 있으며, 계속 싸워달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해주면 어떨까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술 더 떠 “앞으로 주기적으로 선거 부정이 생길 것이고, 중국 공산당이 분명 그 배후에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빠르게 친중 국가로 변할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부정선거 의혹은 수사기관 조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이미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보수논객 조갑제씨조차 공공연히 “이건(부정선거 주장) 민족사적 범죄다. 우리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극우 매체 스카이데일리가 보도한 ‘선관위 중국인 간첩설’도 가짜뉴스로 판명됐고, 그 제보자로 지목된 ‘캡틴 코리아’도 구속됐다. 그간 헌재 탄핵심판에서까지 부정선거 음모론을 쏟아낸 윤석열 측은 지난 20일 변론 종결 후 “그런 의혹이 있다는 것이지 그것이 사실이라거나 그것을 비상계엄과 연결시켜서 변론했던 것은 아니었다”며 발뺌했다.
그럼에도 부정선거론을 맹신한 극우세력은 여전히 국내에서 활동 중이다. 미국 강성보수 단체 행사에서 한 발언 역시 트럼프가 미국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지지층을 결집해 재집권에 성공한 전례를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가 과연 그들의 뜻대로, 아무 증거도 없는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부정선거론자들이 입버릇처럼 외쳐온 국격을 그들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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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비상계엄 및 탄핵 국면에서 ‘부정선거’ 주장을 확산해온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근교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 행사 계기에 입장 발표 행사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