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는 치열한 삶을 살았다. 자기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싸웠고, 부당한 강제 전역 처분 결정에도 맞섰다. 순직을 결정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으며, 결국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지나서야 명예롭게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었다.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승리했고, 차별에 맞선 그녀의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 변희수 하사 4주기가 다가오는 시점에 또 다른 투쟁을 시작했다.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고 트랜스젠더를 지원하고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사단법인 변희수재단’이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변희수재단은 9개월 전 법인 설립 허가 서류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다. 노골적으로 성소수자 혐오를 해온 안창호 위원장은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성소수자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고, 20일 이내 허가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는 인권위 규칙마저 어기며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 심지어 접수 시기가 한참 늦은 다른 단체 설립 안건을 먼저 논의하는 등 평등원칙마저 위반했다. 분명 의도적인 배제였다. 내란범 윤석열의 방어권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도, 성소수자 인권 단체 설립을 방해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국가인권위는 그동안 변희수 하사의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한 유일한 국가기관이었다. 2020년 강제 전역 처분 결정이 인권침해라는 사실을 인정했고, 2023년 순직 재심사를 권고하기도 하는 등 늘 변희수의 편에 서 있었다. 하지만 안창호 위원장 취임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변희수재단은 노동·의료·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트랜스젠더를 지원하고자 설립을 준비해온 단체다. 국가가 나서지 않는다면 민간에서라도 지원체계를 구축해 보고자 활동을 시작했고, 사회적 지원이 전혀 없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고자 했다.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간절함이 모여 단체를 설립하고자 했는데 국가인권위가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법인 설립 방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소송 제기 이후 인권위는 서류 제출 289일 만에 변희수재단 설립 허가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제출한 서류를 현재 기준으로 재제출하라는 요구를 하고 유가족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결국 안건은 재상정 결정이 됐다.
2월27일 변희수 하사가 세상을 떠난 지 4주기가 된다. 여전히 트랜스젠더의 삶은 고단하고,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은 견고하기만 하다. 하지만 변희수 하사가 끝까지 싸우며 승리한 것처럼 변희수재단 설립도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추모의 촛불이 더 환하게 빛날 때, 변희수 하사가 꿈꿨던 세상은 희망이 되어 분명 우리 곁에 찾아올 것이다.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