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협정 수정안, 천연자원·기반시설 수익 50% 요구
이번에도 추가 군사 지원 등 ‘안전 보장’은 포함 안 돼
위기 젤렌스키 “정의로운 결과 기대” 막판 협상 주력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현지시간) 3년을 맞는다. 우크라이나는 3년이란 시간을 버텨온 것이 무색할 정도로 ‘트럼프식’ 종전 협상에서 위태로운 처지에 몰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청구서를 내밀 듯 강경한 태도로 우크라이나에 광물 협정을 압박하는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신의 ‘카드’가 헛되이 끝나지 않게 막판까지 협상에 애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에 대해 “우리는 합의에 매우 가까이 와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에 “가장 중요한 건 협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세부사항을 바로잡는 것이다. 나는 정의로운 결과를 기대한다”고 온도 차를 드러냈다.
광물협정 논의 과정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은 CNN에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선 받아들일 만한 협정이 아니다”라며 “전쟁 피해국으로부터 방위비보다 더 많은 것을 받아내려는 이상한 제안”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4일 미국 측이 처음 제안한 협정 초안에 대해 “나라를 팔아먹을 순 없다”고 반발했으나, 수정된 초안 역시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인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한 21일자 광물 협정 수정안을 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광물·가스·석유 등 천연자원과 항만 및 기반시설에서 발생한 수익의 50%를 미국이 통제하는 기금에 내는 조건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는 해당 기금이 5000억달러(약 719조원)가 될 때까지 기여해야 한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돌려줄 경우 해당 지역 자원 수익의 66%를 기금에 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러시아는 현재 천연자원이 풍부한 돈바스 지역 등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 약 5분의 1을 점령하고 있다. NYT는 “(기금 5000억달러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 수익(11억달러)을 크게 웃돌며, 현재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할당한 지원금(1190억달러)의 약 4배 이상 규모”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로선 광물 협정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추가적인 군사 지원 등을 확보하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1차는 물론 이번 협정 초안에도 ‘안전 보장’ 관련 조건은 일절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과 경제적 이해관계로 묶이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안전을 보장받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밀착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일방적으로 불리해보이는 광물 협정을 강요하는 데 대해 우크라이나 내부에선 “식민지 협정” “미국이 과거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한 행동과 마찬가지” 등 사실상 약탈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경제 계획을 돕는 데 관여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초기 제안은 비합리적이며 착취적”이라며 “전쟁을 끝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국제사회에서도 비판이 이어지자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물리적 자산을 소유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부채를 지우지도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FT는 베선트 장관이 우크라이나 자원·기반시설 수익 중 얼마가 기금으로 할당되고, 얼마가 미국에 돌아갈지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PAC 연설에서 “우리가 내놓은 돈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뭔가를 주길 바란다. 희토류와 석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