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관련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천연가스(LNG) 등 ‘전환 부문’ 별도 분리 및 신호등 분류체계 도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친환경 산업을 선별하기 위해 마련한 기준인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올해 도입 예정이던 ‘전과정 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 적용이 무기한 연기된 것을 두고 환경단체가 “중대한 후퇴”라며 우려를 표했다.
24일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을 ‘전과정 평가’ 기준을 보면, 환경부는 “기반이 구축되는 현황을 고려하여 향후 도입을 재검토할 계획”이라며 시점을 명시하지 않았다. 2022년 가이드라인에서는 2025년 도입을 명시했으나, 2025년 가이드라인에서는 구체적 도입 시점을 뺀 것이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인 ‘녹색 부문’과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단계에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전환 부문’으로 나뉜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체계 수립 당시부터 ‘전환 부문’에 천연가스(LNG) 가스 발전, LNG 기반 수소 제조 등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전과정을 고려하면 LNG 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탄 발전의 70% 수준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는 2022년 가이드라인에서 “화석연료를 일부 포함하지만, 중간단계로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활동이므로 한시적으로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했다”며 LNG 기반 에너지 생산 등 분야 판단 기준에 “2025년부터는 환경성적표지 작성지침에 따라 전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한다”고 적시했다. 그런데 약속한 시점이 되자 “아직 세부적인 산정기준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며 슬그머니 도입을 유예한 것이다.

환경부가 2022년 12월 발간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왼쪽)과 2024년 12월 발간한 가이드라인(오른쪽) 중 ‘전과정 평가(LCA)’ 관련 내용 비교. 환경부 제공
전과정 평가란 단일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만을 평가하지 않고 원료 채취와 가공, 조립, 수송, 사용, 폐기 등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방식을 말한다.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생산돼 폐기될 때까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전과정 평가 기반 규제가 확대되는 추세다.
환경부 관계자는 “관련 협의체 등을 운영한 결과 전과정평가 기법을 당장 올해부터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는 전과정 평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의 ‘숨 고르기 단계’”라며 “향후 관련 데이터 등을 보완해 올해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 전과정 평가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플랜 1.5의 윤세종 정책활동가는 “전과정 평가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핵심적인 기준으로 이를 무기한 적용 유예하는 것은 기후 정책의 중대한 후퇴”라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적용되는 기준이 국제적 수준에 미달하면 분류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