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12·3 내란 우두머리인 대통령 윤석열과 극우층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지금껏 “답을 정해놓고 판단을 서두른다”며 헌법재판소를 흔들었다. 그러나 24일 비대위 회의에선 그런 유의 윤석열 비호 발언이 없었다. 지난주 갤럽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의 ‘탄핵 찬성’ 여론이 높아진 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어물쩍 ‘내란의 강’을 건널 수는 없다. 윤석열·극우와 확실하게 선을 긋지 않는 한 국민의힘의 지지기반 확대는 불가능하다.
12·3 내란 이후 국민의힘은 극우 세력과 동조된 ‘극우정당’ 자체였다. 여당 의원들은 “나라가 망할까봐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한 계엄”이라며 윤석열을 옹호했다. 윤석열을 수사한 공수처를, 윤석열의 체포·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을, 윤석열을 기소한 검찰을,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심리 중인 헌재를 가짜뉴스까지 동원해 공격했다. 허무맹랑한 부정선거론을 실체 있는 양 맹신·포장하고, 외교 문제로도 비화할 수 있는 혐중 정서에 올라탔다.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 극우세력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이 추진 중인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 탄핵소추안에 의원 80여명이 서명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중도층 민심을 잡겠다는 것인가. 이율배반이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지난주 관훈토론에서 “비상계엄은 잘못됐다”면서도 “국회 현장에 있었어도 비상계엄해제요구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중도층 여론은 ‘윤석열 파면’을 찬성하고 헌정질서 위에서 여야, 진보·보수가 협치하라는 것이다. 반면 극우층은 윤석열을 영웅시하고 헌정질서를 부정한다. 이 둘을 다 잡겠다는 건 세모난 동그라미처럼 형용모순이다. 그러니 하는 말마다 앞뒤가 안 맞고 꼬인다. 당내 대선 주자들 행보마저 윤석열 탄핵과 극우를 보는 정반대 시각이 충돌하는 게 냉정한 현주소다.
윤석열·극우와의 단절은 정치적 계산 이전에 원칙의 문제다.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을 비호하면서 정권재창출이나 개헌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기만이요, 염치없는 짓이다. 더구나 윤석열은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내란 행위를 정당화하며 국민분열을 조장해 왔고, 25일 헌재 최후진술도 그 기조는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건 민주국가 정당으로서 보여야 할 최소한의 자세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이 헌법·민주주의·법치를 지지하는 건전한 보수정당이 되려면, 더 늦기 전에 윤석열을 제명하고 극우와 절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