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오른쪽)이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민영기업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마오쩌둥이 1957년 11월 볼셰비키 혁명 40주년을 맞아 세계 공산당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그는 모스크바대학 강당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동풍이 서풍을 압도한다”고 연설했다. 이 말은 중국 소설 <홍루몽>의 ‘동풍이 서풍을 압도하지 않으면 서풍이 동풍을 압도한다’는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동풍은 사회주의 진영을, 서풍은 자본주의 진영을 의미했다. 그 당시 마오쩌둥의 ‘동풍’엔 중국이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소련을 누르겠다는 뜻도 있었다. 결국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 되겠다는 것이다.
마오쩌둥의 ‘동풍 압도론’ 언급 이후 중국은 자체 생산한 기술품에 ‘동풍’이란 말을 곧잘 붙였다. 공업의 기초가 열악한 상황에서 기술 현대화로 나아갔음을 보여주겠단 것이다. 1958년 5월12일 처음 생산한 중국산 승용차 브랜드는 ‘동풍’에 중화민족을 의미하는 금색 용을 조합한 ‘동풍금룡(東風金龍)’이었다. 1960년 처음 생산한 탄도미사일 명칭도 ‘둥펑(동풍)’이었다. 이 탄도미사일 기술은 최대 사거리 1만5000㎞로 북미 지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DF(둥펑)-5’로 진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7일 민영기업 간담회에서 “장기적으로 동풍이 서풍에 우세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알리바바·화웨이·비야디·웨이얼반도체·딥시크·유니트리 등 중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 창업자·총수를 불러모은 자리에서 “현재 경제의 어려움은 일시적이고 극복할 수 있다”면서 한 말이다. 시진핑이 마오쩌둥의 ‘동풍’을 소환했지만, 이는 ‘동양(중국)이 상승하고 서양(미국)이 가라앉는다’는 자신의 ‘동승서강(東昇西降)’과 궤를 같이한다.
지금 미국은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제 규모 세계 2위인 중국을 다각도로 압박하고 있다. 시진핑은 자신이 주창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하에서 과학기술 역량으로 미국을 능가하고, 종국에는 세계를 제패해 ‘중국몽’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와 ‘동풍’을 불러일으키려는 시진핑의 경쟁과 충돌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은 그 사이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 것인가.